▶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남북 경협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남북 경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업계에선 유일하게 KT만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남북경협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KT의 전략을 살펴봤다.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은 회담 준비로 북적거렸다. 회담 실무진은 양국 정상의 동선을 맞추고 의전 문제를 논의하면서 차질 없는 회담 진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독 분주히 움직이는 기업이 하나 있었다. KT였다. 남북정상회담 주관 통신사로 선정돼 방송 중계망과 프레스센터 통신망을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KT는 회담 전부터 당일까지 평화의 집에 인력을 파견해 원활한 방송·통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냉기류가 불기도 했던 남북 경협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함께했던 KT도 남북 경협의 훈풍을 타기 위해 내부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만한 점이 하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남북경협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남북 경협이 구체화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일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경협에선 별다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KT는 과거 남북 경협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한발 앞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도 “그동안 쌓아온 그룹 차원의 노하우와 역량을 활용해 남북협력 시대가 본격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KT는 최근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남북경협사업개발태스크포스(이하 남북 협력 TF)’를 신설했다. 남북 협력 TF는 KT그룹 전체 역량을 결집해 정부의 대북협력사업 지원은 물론, 소프트웨어(SW) 개발 협력 등 ICT 사업 추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남북 협력 TF는 ▲대정부지원 분과 ▲비즈니스 모델(BM)/인프라 분과 ▲그룹사 분과 ▲지원 분과로 구성됐다.
대정부지원 분과는 정부 정책 협력을 지원하고, BM/인프라 분과는 협력사업 개발 및 추진을 담당하게 된다. 그룹사 분과는 협력 연계된 사업을 전담하고, 지원 분과는 사업에 추진되는 재원과 연구개발 지원을 맡는 시스템이다.
KT의 우선 과제는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등 중단된 기존 사업의 재가동에 맞춰 차질 없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일정 수준의 인프라가 설치돼 있는 만큼 빠른 복구와 점검이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개성공단의 경우, 지난 2005년 12월 KT 개성지사를 열고 남북 간 민간 통신망(700회선)을 연결했다. 이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약 10여 년 간 개성공단에 직원을 상주시켜 입주기업들의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남북 교류사업에도 KT의 기술이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당장 KT는 자사 가상현실(VR)과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지원한다. 또 자회사 KT SAT의 위성망을 바탕으로 북한 농어촌 지역 위성인터넷 보급과 통신 규격 표준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업체 차원의 실질적 민간 협력도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전망이다. KT는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과 공동연구개발(R&D)팀을 구성한 민간기업이다. 지난 2005년 북한 삼천리총회사(대남 경제협력사업 중 전자와 중공업, 화학분야를 총괄하는 기관)와 통신분야 공동연구 협약서를 체결한 KT는 지능망 개인이동서비스, 연속 음성인식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집중 연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KT는 지난 10여 년 동안 얼어붙은 남북 관계 때문에 중단됐던 공동연구도 재개할 계획이다. 북한 IT인력 위탁교육을 포함한 IT 분야의 교류사업도 당국과의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일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보안과 체제 안전을 이유로 통신사업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남북 간 원활한 교류의 필수 요건이 ‘통신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KT의 선제 대응은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 경협의 훈풍을 탄 KT가 과연 남북을 잇는 통신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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