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게임사로 우뚝 선 넷마블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손잡고 글로벌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마블과 BTS의 협업은 단순한 아이돌 마케팅을 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 영역의 개척’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방탄소년단(BTS)은 아이돌 가수를 넘어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수많은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들이 BTS의 노래와 춤에 열광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는 ‘BTS 월드투어’는 28만 석 전석이 매진됐다. 미처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은 무려 900만 원에 거래되는 중고시장 티켓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국내 기업들이 BTS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KB국민은행, LG전자 등이 BTS를 광고에 등장시키며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다.
게임 기업 넷마블도 그 중 한 곳이다. 특히 넷마블은 BTS와 마케팅 그 이상의 협업을 진행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 광고모델로서 활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BTS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사실 게임업계와 아이돌의 만남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게임사에게 아이돌은 게임을 즐겨 하는 1020세대를 유저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이다. 아이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다양한 팬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아이돌을 활용하는 방식의 대체로 한결같았다.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거나, 게임 내 캐릭터로 구현해 등장시켰다. 이에 유저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아이돌 캐릭터를 얻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넷마블과 BTS의 협업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이다. ‘단순 캐릭터 구현’이라는 기존 틀을 깨고 게임 기획 단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BTS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게임과 아이돌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며 “게임업계와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가장 핫한 넷마블과 BTS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외부에 알려진 내용은 BTS를 소재로 한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월드’를 출시한다는 것이 전부다. 원래 2018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더 높은 완성도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일단 ‘올해 중 출시’로 계획이 변경됐다.
게임이 표방하는 건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유저들은 BTS의 매니저가 돼 멤버들을 육성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BTS를 글로벌 스타로 키우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목표다. 여기까지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기존에 존재하던 수많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과 똑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실사형 시네마틱’이라는 문구에서 차별점이 나타난다. 게임에는 단순 컴퓨터그래픽 캐릭터뿐만 아니라 실제 BTS 멤버들이 영상·화보로 등장한다. 물론 게임 내 영상과 화보는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콘텐츠다. 실제로 BTS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BTS월드를 위해 1만 장 이상의 화보와 100개 이상의 영상을 촬영했다.
넷마블은 BTS월드 개발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 2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연례 언론 행사인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행사에 참석해 BTS월드 프로젝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드라마, 케이팝(K-Pop) 등 한류 문화와 게임을 결합한 이종(異種) 문화 콘텐츠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BTS월드는 이러한 도전의 첫 발을 떼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넷마블은 BTS월드가 글로벌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TS가 보유한 강력한 팬덤을 집중 공략해 넷마블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중국, 일본 등 팬덤 문화가 강력한 국가에선 스타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성훈 넷마블 대표는 말한다. “최근 글로벌 게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셀러브리티의 IP를 활용한 게임입니다. 현재 BTS가 보여주고 있는 파급력과 인지도를 고려하면, 그들을 활용해 글로벌 셀러브리티 게임시장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저희는 향후 출시될 BTS월드를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매출을 늘리고,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로 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입니다”
넷마블은 현재 BTS월드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력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BTS월드 게임 기획·콘텐츠 제작 인력 중 상당수는 게임과 무관한 방송·연예 기획 연출, 다중채널네트워크(MCN)와 유튜브 창작 크리에이터로 채워져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인력 선발과정에선 기술 전문성 외에 아이돌 팬덤, 서브 컬쳐 활동 경험자도 우대했다”며 “BTS의 매력과 이미지를 게임 내에 100%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한발 더 나아가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사업적 시너지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 넷마블은 빅히트에 2,014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지분 투자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게임회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이색 투자”라는 호평과 “리스크가 큰 위험한 투자”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다. 이에 넷마블 측 관계자는 “핵심 역량과 관계없는 ‘서프라이즈 투자’를 지양하는 것이 넷마블의 기본적인 경영 전략”이라며 “빅히트 지분 투자는 모바일 게임 경쟁력 확대와 지적재산권(IP) 사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넷마블의 선택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지분 투자 발표 당시 8,000억 원 정도로 평가받던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현재(2018년 6월 기준) 1조 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발매한 BTS의 정규 3집이 국내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 1위에 오른 영향이 컸다. 거기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글로벌 팬덤과 다양한 IP기반 사업을 고려하면 빅히트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마블에게 BTS월드의 성공 여부는 향후 미래 전략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넷마블은 기존 게임사업과 더불어 음원,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 유통·배급 등 문화콘텐츠 사업을 정관의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넷마블게임즈’에서 게임즈를 떼어낸 ‘넷마블’로 사명을 바꾸고,정보통신(ICT)·문화콘텐츠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인 BTS월드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할 경우, 자연스레 넷마블의 미래 전략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BTS의 IP를 활용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이 보다 친숙하게 이 게임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출시 예정인 타 게임보단 성공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BTS와 전략적 협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넷마블은 과연 게임업계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의 도약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반기 출시 예정인 BTS월드의 흥행 여부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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