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중장기 차원의 위기라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등락은 당장 업체의 수익성을 좌우할 지표다. 지난해 유례없는 기울기로 치솟았던 반도체 가격은 올해 들어 주춤하는 분위기다. 내년 중국 업체들의 공급이 본격화하면 한동안 가격 고공행진을 유인했던 수급 불균형이 진정돼 가격 상승세도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D램(DDR4 8Gb) 스폿(spot) 가격은 8.6달러다. 이는 지난해 12월 9.62달러까지 치솟은 후 매달 소폭의 하락세를 거듭한 결과다. 2년 전 3달러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등한 수준이지만 유례없던 가격 상승세는 일단 꺾인 양상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256Gb) 가격은 6월 말 현재 13.36달러로 지난해 4·4분기에 기록했던 14달러대에서 한 단계 내려온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스폿 가격은 일반 반도체 유통채널을 통해 거래되는 가격으로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간의 직접 거래 시 계약 가격인 고정거래가와는 별개로 움직인다. 다만 스폿 가격이 고정거래 가격의 움직임을 대체로 선행한다는 측면에서 조만간 고정거래 가격도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업체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D램과 낸드 고정거래 가격 모두 지난해 보였던 거침없던 상승세는 멈췄다. 6월 말 기준 PC향 D램(DDR4 4Gb) 고정거래가는 석 달째 변동이 없는 3.94달러다. 낸드(128Gb) 고정거래가는 보합 흐름이 더 길게 나타나고 있다. 6월 말 기준 가격이 5.6달러인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부터 같은 가격이다. 오히려 그해 8월 5.78달러이던 데서 한풀 꺾인 후 상승세가 멎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 모두 견조한 수요 덕에 가격 흐름이 양호하게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중국 업체의 공급이 본격화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가격 흐름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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