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 주관으로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험, 미래를 향한 혁신’ 세미나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일함에 젖어 있는 국내 보험산업의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조연설을 한 윤종록 가천대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 업계 임직원들도 기존 틀에서 벗어난 유연한 사고와 소프트파워 중심의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 업계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지출이 세계 5위에 달하는 글로벌 선진시장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유형의 ‘인슈어테크’는 중국에도 뒤처질 정도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도 각종 온라인플랫폼 사업을 펼치며 새로운 보험상품을 내놓는 상황인데 국내 보험산업은 각종 규제로 변신이 느리다는 것이다. 연설자로 나선 조재박 KPMG 파트너는 “지난 2013년 세계 100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기업 순위에서 인슈어테크 기업 비중이 0%였던 것이 2017년에는 12%로 증가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인슈어테크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만큼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구체적인 수요(니즈)에 부합하는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등 산업계 거대기업이 헬스케어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보험 업계도 새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 파트너는 “미국의 아마존과 버크셔해서웨이·JP모건이 합작한 헬스케어 벤처사는 3개사의 임직원만 합해도 120만명”이라며 “중국 중안보험도 온라인 보험을 접목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실시간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케어의 접목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 치료받는 의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지환 삼성SDS 그룹장은 “최근 각광 받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보험산업에 응용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 기술을 통해 본인 인증의 안정성 강화는 물론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편익 확대와 보험사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업계는 바이탈사인(호흡·체온·심장박동 등의 측정치)등 단순자료를 통계화해 효율적인 상품을 개발하거나 보험료를 돌려주는 등 보험영역의 혜택을 넓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새 규제 프레임이 구축돼야 한다”며 “기존 금융 규제로 혁신적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용되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혁신지원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제한된 범위에서 규제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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