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 지원을 받는 가구는 중위소득 150%까지 확대해 이용 규모를 5년 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높인다. 출산 후 1년까지 아이 의료비 부담이 없도록 건강보험 본인부담액은 3분의1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첫 저출산 대책이다. 출산율·출생아 수와 같은 수치 목표를 없애고 이미 있는 출산·양육 지원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선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자영업자,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택배기사·신용카드모집인 등 특수고용자, 단시간 근로자에게 정부가 90일 간 월 50만원씩 총 1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현재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휴가 90일 간 출산휴가급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이들은 아무런 소득보전을 받지 못했다.
출산지원금이 지급되면 근로자 중에서 출산휴가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이제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약 5만명이 출산지원금을 받을 전망이다.
임산부와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는 대폭 줄어든다. 우선 고위험 산모의 비급여 입원진료비 지원 범위가 기존 5개 질환에서 11개로 늘어난다.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만 쓸 수 있었던 국민행복카드의 사용 기한도 분만예정일 이후 1년까지 확대된다. 국민행복카드 금액도 단태아 60만원, 다태아 100만원으로 기존보다 10만원씩 인상된다.
만 1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의료비 부담이 사실상 없어진다. 외래 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평균 16만5,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3분의1 수준까지 경감하고 나머지 금액은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허용하기 때문이다. 기존 국민행복카드는 임신·출산 진료비에만 쓸 수 있었다.
현재 중위소득 120%까지만 지원 받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중위소득 150% 가구까지 확대된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이 442만원(중위소득 120%)에서 553만원(중위소득 150%)으로 올라가 그만큼 더 많은 가구가 지원을 받게 된다.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이용금액에 대한 정부지원 비율이 최대 80%에서 90%로 높아진다. 정부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는 아동 규모를 2022년까지 9만명에서 18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이 키우는 부모의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앞으로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최대 2년 임금 삭감 없이 일하는 시간을 하루 1시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육아기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은 하루 2시간부터 5시간까지 가능했고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쓴 상태라면 이마저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육아휴직 1년을 썼더라도 1년간 하루 1~5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육아휴직을 안 썼다면 근로시간 단축을 2년 쓸 수 있다. 이중 하루 1시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200만원)를 보전해준다.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배우자에게 첫 3개월간 지급하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상한액도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된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다. 남성이 사용하는 배우자 출산휴가도 유급휴가 기간이 현행 3일에서 10일로 대폭 늘어난다. 부담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유급휴가 5일분에 대한 임금은 정부가 지원한다. 휴가 사용기간도 출산 후 30일에서 90일 이내로 늘리고 1회 분할사용도 허용했다.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정책 방향에 따라 비혼 출산·양육 지원도 확대한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고 홀로 키우는 한부모에게 주는 양육비는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리고 지원 아동 연령도 만 14세에서 만 18세로 상향한다. 청소년한부모의 경우 양육비 지원액이 월 18만원에서 월 25만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사실혼 부부도 법적 부부와 마찬가지로 난임시술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는 이제까지와 달리 출산율·출생아 수와 같은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수치보다는 삶의 질 개선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정책방향 전환에 따라서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 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1.05명, 출생아 수 35만8,000명으로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 30만명대 진입 시점이 당초 통계청 추계보다 18년 앞당겨졌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합계출산율은 1.0명 아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는 32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준 저출산위 사무처 기획조정관은 “올해 이후 출생아 수 30만명대 선까지 무너지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당장 급하게 출생아 수 30만명대 선 붕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조정 중인 정부는 오는 10월 또 한 번 저출산·고령화 장기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기획조정관은 “이번 대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간에 특단의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 맞는 적정 인구 규모와 그에 맞는 출생아 수를 분석해 10월에 발표할 재구조화 대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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