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정된 40개 펀드 테마 중 35개가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MMF 수익률은 0.8% 수준인데 반해 대부분의 펀드 테마가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한데다 크게는 마이너스 20%의 손실을 내며 펀드 가입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교착상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피가 2,300선마저 내주며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단기 자금 피난처인 MMF에 올 들어서만 20조원이 넘게 자금이 몰렸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MMF 수익률은 0.78%로 40개 펀드 테마 대부분은 이를 밑돌았다. MMF 수익률을 웃돈 펀드 테마는 기타 상장지수펀드(ETF) (6.07%), 헬스케어(0.63%), 소비재(1.51%), 럭셔리(3.92%) 등 5종에 불과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6개월 수익률이 20%를 호가하던 헬스케어 펀드 역시 바이오 열풍이 끝난데다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2%대 수익률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여타 펀드 테마는 훨씬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펀드 테마 80%에 해당하는 35종은 MMF 수익률에 못 미치는 처참한 성적표를 냈다. 현재는 자금을 잃지 않는 것이 투자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테마 펀드들은 지난 5월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6개월 수익률이 20~30%에 달하던 레버리지 펀드의 경우 5월 이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서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6.86%로 마이너스 20%에 육박했다. 전체자산의 ETF와 상장지수채권(ETN)으로 구성된 EMP가 -10.19%,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7.96%, 금 펀드 -7.47% 등 마이너스 10%에 육박하는 펀드 테마도 줄을 잇고 있다. 국내 금융펀드와 기타그룹펀드 수익률도 각각 -7.34%, -9.31%에 달했다. 국내 금융펀드의 경우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우리나라도 시장금리가 올랐음에도 금융주 주가가 휘청거리면서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기록했고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현대그룹주가 뛰면서 기타그룹주 펀드도 수익률이 반짝 상승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도 무너졌다.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하락장에서는 어떤 펀드 테마를 고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낙폭을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면서 “특정펀드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금을 빼 단기부동자금에 넣어놓는 것도 하나의 투자방법이 될 수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펀드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 미국 달러 강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투자 매력을 잃어가기 때문에 떨어진 주가가 고스란히 펀드 수익률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더욱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주식시장이 경기를 한 발짝 앞서 가는 것을 고려하면 무역전쟁 우려로 인한 단기 조정을 넘어 이미 경기가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 주식시장이 이에 먼저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최근 고용·수출 등 경제지표도 부진한데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경기침체의 방아쇠가 됐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이 대두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 자금 피난처인 MMF에 쌓이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은 MMF에 돈을 맡겨두고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다. 올 들어 MMF에 유입된 자금은 21조4,216억원이다. 지난 1년 동안 MMF에서 2,889억원이 빠졌음을 고려하면 올 들어 엄청난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코스피가 2,300선마저 무너지면서 전일 하루 만에 MMF로 유입된 자금만 5조8,010억원에 달한다. 올 초 이후 6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4조4,036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MMF에 하루에 유입된 자금이 이를 가뿐히 넘어선 셈이다. 초단기채권에 역시 1조9,387억원이 몰려 주식시장과 펀드시장 불확실성으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하방으로 출렁이면서 펀드나 주식에 투자했다가 자칫 수익률이 떨어져 자금이 물리게 되면서 단기자금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MMF에 몰리고 있다”면서 “증권사들도 이 자금을 잡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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