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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자리는 없다"...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경영진 규탄’ 집회

"더는 굴종 않겠다…경영진 교체"

8일, 세종문화회관서 집회 또 열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는 알량한 주식 몇 장으로 우리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처럼 구는 당신들(경영진)에게 말하겠습니다. 더 이상 당신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도 집회를 열었다. ‘기내식 대란’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는 6일 오후 6시20분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25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신분을 가리기 위해 ‘하회탈’,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거나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대한항공과 다르게 하회탈 가면을 추가한 이유를 물으니 한 집회 참석자는 “웃는 얼굴 같으면서도 우는 얼굴 같은 표정이 웃음 뒤에 눈물 흘리는 감정 노동자의 비애를 드러내 준다고 생각해 썼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앉은 직원들은 ‘승객, 직원 굶기는 갑질삼구OUT’, ‘1,600억 돌려주고 기내식대란 즉각해결’ 등 피켓을 들어 사측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직원들은 집회 틈틈이 “말로만 정상화냐 직원들은 골병든다”,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항공부문 정비사인 사회자가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조와 승무원 노조가 힘을 합쳐 연대하기로 했다”는 선언으로 시작했다. 승무원·조종사 등 직종별로 나뉘어진 노조를 일반 노조 하나로 통합해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등 직원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진 자유 발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직원이 나와 ‘기내식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과 원인을 짚었다.

직원들은 이번 기내식 사태로 회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사무장인 한 직원은 “회사를 다니면서 아름다운 아시아나 항공이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회사였다”고 첫 마디를 뗐다. 이어 그는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이를 옹호하기 위한 경영진의 판단 미스로 기내식 사태 대란을 맞이하게 됐습니다”며 “그 결과 저희 승무원들은 손님들의 욕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뒤돌아서 울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집회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책임자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물러나겠습니다’ 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직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캐빈 승무원 출신인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 의원은 “2008년 당시 그룹경영이 위기를 맞고 박삼구 회장이 다시는 돌아와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3년간 내내 주장했다”며 “그런데 결국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박 회장이 다시 복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 우리가 함께 싸우고 막지 못해서 결국 우리는 오늘 이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며 “지상직원, 예약직원 외주화는 물론 캐빈 승무원은 비행기에서 한 명씩 사라졌고 식사는 점점 나빠진 게 오늘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집회에 참석한 몇몇 직원은 권 의원의 발언에 함께 눈물 짓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 국화를 헌화해 최근 사망한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사회자는 “아름다운 사람들 아시아나, 8일에 꼭 만납시다”며 이날 집회를 마쳤다. 집회는 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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