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 수 7억건 돌파 및 구독자 수 260만명 달성.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린 모바일 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성과 지표다. 국내 모바일 드라마 제작사 중 이 정도로 압도적인 성과를 낸 곳은 아직 없다. 플레이리스트의 대박 행진은 10~20대 사용자 확보에서 구글 유튜브에 밀리는 네이버에게 ‘가뭄의 단비’인 셈이다.
8일 네이버에 따르면 플레이리스트는 콘텐츠 제작비를 확충하기 위해 최근 모기업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으로부터 3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지난 1월 유상증자를 통해 18억원을 마련한 뒤 두 번째 자금 조달이다.
플레이리스트는 지난해 1월 스노우 내부에서 10~20대를 겨냥한 1편당 3~10분 분량의 모바일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출범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플레이리스트를 이끄는 수장이 구글 유튜브 출신이라는 점이다. 구글 미국 본사와 유튜브 일본 법인 등에서 근무했던 박태원 대표는 지난해 7월 플레이리스트에 전격 합류했다. 박 대표가 합류하기 전 불과 2개 작품만 냈던 플레이리스트는 지금까지 12개 안팎의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모바일 드라마 제작사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이달 중에는 가수 홍진영과 개그우먼 장도연 등 인기 방송인이 대거 출연하는 모바일 예능 ‘찍히면 죽는다’도 내놓을 예정이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콘텐츠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가 치열한 모바일 콘텐츠 경쟁 환경에서 빠르게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플랫폼의 다양화다. 자체 동영상 플랫폼인 ‘네이버TV’를 고집하지 않고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은 네이버 블로그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했다. 10~20대가 자주 쓰는 플랫폼에 바로 콘텐츠를 올린 덕분에 댓글을 통한 소통도 자연스럽게 활발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리스트라는 ‘브랜드’를 앞세울 뿐 네이버와 스노우·네이버웹툰의 계열사라는 점도 드러내지 않았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안에서는 친구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영상을 본 뒤 느낌을 바로 표현하거나 공유할 수 없었는데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는 이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르게 콘텐츠가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20대가 현실 속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실제 플레이리스트의 대표작으로 글로벌 누적 조회 수가 3억4,000만건에 달하는 ‘연애플레이리스트(시즌1~2)’는 남녀가 ‘썸’을 타고 연인으로 발전하고 위기를 겪는 과정을 각자의 시각에서 보여주면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슬 플레이리스트 제작팀 총괄은 “눈길을 확 끄는 대사 한 마디를 통해 10초 안에 시청자의 집중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사용자 확보를 위해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그린 모바일 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라는 작품을 내놓는 등 시청자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총괄은 “시청자가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면서 빠른 호흡을 통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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