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이 10년 만에 최저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영세한 현지 축산 농가들이 무더기로 도산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사료 생산과 축산사업을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영세한 양돈 농가를 대거 사들이는 역발상의 승부수를 건 것. 그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지난달.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 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와 더불어 그간 고전하던 CJ제일제당의 생물자원사업(사료+축산)은 올 2·4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실적 개선을 발판 삼아 베트남에서 돼지고기 도축 및 가공, 유통 사업까지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생물자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생물자원사업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이었던 베트남 축산 시장의 불황이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던 지난해 되려 투자를 대폭 늘렸던 CJ제일제당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두 배로 입게 됐다.
CJ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연평균 약 4만 2,000동(한화 약 2,000원·㎏ 당) 수준이던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평균 약 2만 5,000동(한화 약 1,200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신규 농장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도산하는 영세 농가들을 흡수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오르는 시기에 대비해 사업 거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 1분기 3만동(한화 약 1,420원) 수준이었던 베트남 양돈 판가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만 8,000~4만 9,000동(한화 약 2,32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태기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본부장은 “앞으로 닥쳐올 가격 변동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베트남 남부에 집하장을 늘려 유통력을 강화하고 자가 도축장, 가공 시설을 확충하는 등 밸류 체인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J제일제당 1997년 인도네시아 첫 해외 사료 공장을 준공한 이래 해외 생물자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 6개국에 사료 공장과 축산 농장을 운영 중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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