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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주력업종 정밀진단 ⑤조선]이익 7년새 40분의 1로 급감…거센 中 위협에 입지 좁아진 韓 조선

■한국 조선업 현실은

가격경쟁 밀린 현대重, 해양플랜트 43개월째 수주 '0'

10년 불황에 R&D 비용 작년 2,067억…13년래 최저

인력도 대폭 감축…미래 경쟁력 담보로 겨우 생명 연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으로 지난해 7월1일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글로벌 발주량 감소와 조선 업계의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하면 향후 군산조선소가 재가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업은 향후 30년 이상 세계 조선 1위국으로 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에서 불황을 모르는 세계 1등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조선 산업이다’. 한국 최고의 조선업 엘리트를 배출해온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이 글은 지난 2004년에 작성됐다. 이처럼 조선업에 대한 밝은 전망과 자부심이 가득했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홈페이지에는 최근 그간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난해 10월 학과 게시판에 올라온 ‘전과 관련 공지문’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조선해양 산업 자체가 주기성이 있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선해양 산업의 침체기와 맞물려 전과를 신청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불황을 남의 이야기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대학생들도 조선업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 닫는 한국 조선소=실제 한국 조선 업계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 예로 세계 1위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1일 일감 부족으로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으며 지난달 22일에는 울산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해양공장의 문을 닫은 것은 1983년 해양공장이 준공된 후 35년 만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담화문에서 “7월 말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 해양야드에서는 더 이상 작업할 일이 없다”며 “불가피하게 해양야드는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2014년 11월 이후 43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중국이나 한국 업체나 가장 핵심이 되는 기본설계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인건비 등 고정비가 싼 중국이나 싱가포르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해양플랜트 기본설계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유전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40분의1로 급감한 실적, 갈수록 줄어드는 수주=조선 업계의 위기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대형 조선 3사의 영업이익은 조선업이 호황이던 2010년 8조5,024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2,234억원을 기록해 40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적자가 예상된다. 수주잔량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5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14억9,900만달러로 2008년 582억달러의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224억달러로 2014년(524억달러)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한때 수주잔량이 500억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199억달러로 급감했다. 발주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하되면서 일감을 따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불황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불황 사이클이 길어진데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 경쟁력 갉아먹는 조선 업계=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조선사들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로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조선 3사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2,0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하는 등 2013년 이후 4년 연속 줄었다. 조선 3사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은 2004년(2,026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조선 3사의 인력 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조선 3사의 직원 수는 3만7,410명으로 전년(4만6,235명) 대비 약 20% 감소했다. 조선 3사의 총 직원 수가 3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지난 2~3년간 신규 인력 채용도 끊겼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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