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기적’으로 불리던 샤오미(小米)가 9일 홍콩 증시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기업공개(IPO)에서 흥행 참패를 겪은데다 중국 증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본격화에도 반등에 나섰지만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장중 한때 5% 가까이 하락하는 등 관심을 받지 못했다. 증권가의 ‘중국통’들은 중국 증시의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샤오미의 성장도 이제 본격화되는 추세인 만큼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최대의 IPO 대어로 꼽혔던 샤오미는 이날 상장가인 17홍콩달러보다 낮은 16.6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16.80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6.36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1% 넘게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샤오미의 첫날 성적표는 예측을 벗어난 수준이다.
샤오미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상장 전 100억달러(약 11조1,170억원)까지 예상된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고 공모가도 예상 최저 수준으로 책정됐다. 개인 투자자의 청약경쟁률도 3대1에 머물렀다.
수익에 비해 가치가 고평가돼 투자자들 설득에 실패했다. 상장가인 17홍콩달러를 적용하면 샤오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9배로 애플의 14.8배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67.5% 오른 1,146억위안이지만 영업이익은 적자(-418억위안)에 머물러 있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갈등으로 중국 증시가 하락한데다 샤오미의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시장도 침체를 겪고 있다. HSCEI는 지난달에만 6.5%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20%가량 빠졌다.
이런 상황에도 샤오미의 본질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 만큼 현재 상황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제조로 시작했지만 샤오미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활가전,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등을 포함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찐링 KB증권 연구원은 “샤오미에 휴대폰은 시장에 가장 빨리 진입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라며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서 모든 가전제품을 샤오미 제품으로 쓰도록 하는 ‘샤오미 생태계’ 구축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샤오미의 사업 부문별 매출 규모는 지난 2015년 80.4%였던 스마트폰 분야가 지난해 70.3%까지 줄었고 그 자리를 IoT·생활소비품과 인터넷서비스 등이 채우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레이 회장은 8일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며 “10여만명의 투자자들이 샤오미 주식 청약에 참여했고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 각계의 기업총수들이 총출동한 것은 샤오미 경영진과 직원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고평가된 상황”으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어 주가 흐름을 어느 정도 살핀 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침체를 겪다가 반등했지만 중국 증시의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4·4분기까지는 횡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은 최선과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할 것”이라며 “7~8월 협상재개를 통해 9월 이전 보복관세 유예 등 타협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쪼그라든 투자심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찐링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 거래대금이나 신용잔액이 늘어나지를 않고 있다”며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인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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