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제조라인에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과 유사한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수백 개의 목적지로 ‘승객(웨이퍼)’을 운반하는 자율주행차 ‘OHT(Overhead Hoist Transport)’ 기기가 주인공이다. 지난 2001년부터 도입된 이 시스템은 반도체 제조 효율을 끌어올린다.
반도체 제조의 기본 재료인 웨이퍼는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도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클린룸’에서 생산되는데 이 안에서 웨이퍼를 각 공정 설비에 운반하는 게 바로 OHT 기기다.
OHT는 자율주행차를 연상할 만한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OHT는 특수 상자에 웨이퍼를 태우고 달린다. OHT 기기가 이동하는 레일은 자동차 도로와 비슷하다. 웨이퍼가 타고 내리는 정거장이 있고 하나의 설비에 여러 기기가 몰릴 때 순서를 대기할 수 있는 주차 장소도 있다.
OHT 기기들은 교차로 지점에서 2대 이상의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자동 감속해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센서·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활용한 덕분이다. OHT는 직선 주로에서 최대 초속 5m, 곡선 주로에서 최대 초속 1m로 이동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상에서 AGV라는 기기가 움직였지만 OHT는 공중에서 더욱 자유롭고 빠르게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통합관제시스템도 있다. OHT 기기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개별 기기의 대기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들이 올바른 경로로 가고 있는지, 기준 시간 내에 이동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특정 기기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도 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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