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한국경제가 현재 침체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2018년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지난달 20∼25일 국내 주요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노동정책을 두고 기업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93.9%는 이 같은 정부 노동정책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단축에선 ‘가이드라인 미제시 등에 따른 혼란’(36.4%)을 우려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는 54.5%가 ‘기업 비용 부담 증가’가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96.0%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반기 경영 변수로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37.8%), ‘글로벌 보호무역 기승’(26.5%) 등을 꼽았다.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부분인 86.9%가 경제 주체 심리가 개선하리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경영을 두고는 23.5%가 연초 예상보다 상회한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고 했다. 예상보다 나빴다는 기업은 28.5%였다.
실적이 예상과 갈린 이유로는 양쪽 모두 내수를 꼽아 기업 간 체감 경기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환율은 상반기와 비슷한 달러당 ‘1,000원 이상∼1,100원 미만’에서 형성되리라고 보는 기업이 58.6%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1,100원 이상∼1,200원 미만’(41.4%)이었다.
기업들의 손익 분기점 환율은 ‘1,000원 이상∼1,100원 미만’이 56.5%, ‘1,100원 이상∼1,200원 미만’이 20.7%로 조사됐다.
하반기 기업투자종합지수는 112.5포인트(p)로 상반기(135.6p)보다 하락했다. 투자 규모를 전 분기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이 줄고 앞으로 투자 여건이 부정적이리란 시각이 우세해져서다.
산업별로는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투자지수가 150.0p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운송(75.0p), 금융(96.5p), 건설(96.7p) 등은 평균을 밑돌았다.
연구원은 “정부는 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자 활성화, 성장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불공정 무역 조치가 나올 땐 주변국,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공동 대응에 나서고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은 통상정책, 부동산 정책을 정부가 잘한 정책으로 꼽았지만 규제정책, 노동정책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두고는 기업 대다수가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판단했다.
하반기 국내 경제를 두고 기업 사이에선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50.5%)과 ‘상반기보다 악화할 것’(47.5%)이라는 응답률이 비슷했다.
올해 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보는 기업이 52.0%로 절반을 넘었다. 그다음은 ‘2%대 중반’(25.5%)이었다. 정부는 올 성장률로 3%를 제시하고 있지만 ‘3%대 초반’을 전망하는 기업은 7.1%에 그쳤다.
한국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에는 77.6%가 ‘대체로 동의’한다고 했고 12.2%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혀 다수(89.8%)가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국내 경제 위협 요인으론 ‘금리 인상’(22.0%), ‘투자 위축’(21.4%)이 차례로 꼽혔다.
하반기 세계 경제 불안요인으론 ‘미국발 무역전쟁’(54.5%),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30.3%) 등 미국 관련 이슈가 주로 꼽혔다.
정부 정책 중 잘하는 분야로는 ‘통상정책’(24.5%)과 ‘부동산 시장·가계 대출 규제’(24.5%)가 나란히 꼽혔다.
반면 못하는 정책으로는 ‘규제정책’(25.6%), ‘노동정책’(20.5%), ‘일자리 정책’(17.3%)이 차례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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