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이 상반기 50조원에 육박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홍콩항셍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전체 발행액의 50%를 넘어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지난 2015년 대규모 ELS 원금손실구간(녹인)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ELS 발행액은 48조944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5조4,841억원)보다 5.7% 증가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동기(35조6,326억원) 대비로는 35.0%나 증가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 달 발행액이 8조2,166억원을 넘어섰으며 월 평균 발행액도 7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 시장으로 돈이 더욱 몰리고 있다. 증시가 변동성을 띠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높아진 변동성을 활용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인 ELS로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
ELS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H지수가 지난 2월 고점을 찍은 뒤 급락하고 있어 ELS 손실구간을 벗어난 원금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올 5월부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50%를 넘어서면서 ELS 상환은 홍콩항셍지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H지수는 2015년 4월 1만4,801까지 치솟았으나 2016년 2월 채 1년도 안 돼 7,505선으로 반토막 났다. 당시 37조원에 달하는 해당 지수를 포함하는 ELS 투자액 가운데 3조원 이상이 녹인에 진입하는 등 문제가 돼 규제를 받았다. H지수 급락을 경험한 후 변동성이 높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지 못하면서 ELS의 보장 수익률도 떨어졌다. 올 들어 1월에는 H지수가 1만3,962선까지 다시 회복돼 관련 규제가 해소됐다. 그 결과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ELS 상품들은 다시 연 8% 수준의 높은 수익을 제공하면서 자금 몰이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올 2월 이후 항셍지수가 급락해 이달 11일에는 1만658.26으로 마감하면서 최근 고점 대비 21% 하락해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200, 닛케이2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50 등 전 세계 주요 지수가 연초 고점을 기록한 후 최근까지 10~1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H지수가 급락하면서 연초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녹인을 우려할 만한 낙폭 수준인 40%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2009년과 2015년 투자 금액이 반토막 났던 차이나 쇼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H지수 ELS는 1만2,000~1만2,500 수준에서 발행됐고 공격적인 상품의 녹인도 8,100 수준까지 떨어져야 원금손실구간이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면서 “H지수가 만기 내 25%가량 추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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