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재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가도 꿈틀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문단을 재정비하는 한편 사내 별도 태스크포스(TF)도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이르면 오는 4·4분기 기존에 밝혔던 큰 틀을 유지하는 새로운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 자문단을 해체했다. 현대차그룹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일PwC회계법인·NH투자증권을 비롯해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 세계 최대 로펌인 레이텀앤왓킨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5월21일 주주들의 반대를 받아들여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하면서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
IB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문단에 손댄 것을 두고 새로운 자문단을 선정해 2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기 위한 첫 작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1차 개편안을 내기 1년 전부터 김앤장과 삼일PwC를 중심으로 자문단을 운영했고 시장에 관련 내용을 밝힌 3월을 전후해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추가 선임해 운영해왔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법무나 회계처럼 대체 자문사를 쉽게 찾기 힘든 곳을 제외하고 일부 변경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실상 2차 지배구조 개편안 도출을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2차 TF 구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개편안을 만들었던 기획실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개방형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증권사인 현대차증권도 참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새롭게 진행되는 내용은 없다”고 강하게 밝혔지만 이런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됐다. 현대글로비스(086280) 주가는 12일 6.19%(7,000원) 오른 12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글로비스의 상승폭은 1차 개편안이 한창 추진되던 4월17일(6.52%) 이후 가장 컸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3.29%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비스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안 중단을 알린 5월21일(15만500원) 이후 이달 11일(11만3,000원)까지 24.9% 급락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012330) 주가는 전날보다 2.97%(6,000원) 오른 2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의 반등으로 지난달 1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현대차도 1.23%(1,500원) 오른 12만3,000원에 마감했다.
IB 및 재계 주요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2차 지배구조 개편안은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미세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보다는 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회사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회사로의 전환이 문제가 없다고 밝힌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대신 주요 주주들과 의결권 자문기관, 시민단체가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일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종 애널리스트는 “기존 안과 비교하면 모비스 주주들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부담하기로 했던 1조원 규모의 주식 양도세 외에 대주주가 추가로 부담을 늘리는 방안 등도 가능성이 있다. 배당을 확대하고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주주환원책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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