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무역전쟁까지 상반기 펀드 수익률이 초단기자금 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떨어지는 가운데도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주식을 담은 펀드는 오히려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연초 4차 산업혁명 테마에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펀드들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도 FAANG 펀드에는 추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일부 FAANG주의 고점 논란에도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차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펀드 랠리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지수 펀드가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담은 펀드들도 선방하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FAANG주를 담은 4차 산업혁명 펀드 25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7.8%, 인덱스 주식 전체도 -9.25%를 보였다. 특히 펀드 테마 중 헬스케어 펀드, 삼성 펀드, 원자재 펀드 등이 1·4분기까지 10%를 넘기는 등 선전하다 대외 주식시장의 하락 파고 속에서 6개월 수익률 역시 사그라든 것을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펀드의 대부분이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미국 4차 산업혁명 펀드의 수익률은 꿋꿋했다. 한국투자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무려 29.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미국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주목한 펀드다. 하나UBS글로벌4차산업1등주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11.68%,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은 9.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페이스북·넷플릭스·애플 등을 대부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펀드의 수익률을 견인한 것은 FAANG주였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에서 국내외 주가가 요동쳤지만 FAANG주는 시장 흐름에 요동치지 않고 꾸준히 우상향했다. 실제 올해 들어 넷플릭스는 112%, 아마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심 공격 발언에도 46%나 올랐고 페이스북은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곤욕을 치렀는데도 15% 상승했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기술주 동반 하락으로 미국 4차 산업혁명 펀드의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2~-3%대로 하락했지만 다시금 수익률을 회복한 셈이다.
국내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도 FAANG가 주도하고 있다. 3개월간 대부분 지역의 펀드 자금들이 이탈하는 가운데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514억원이 신규로 유입됐다. 신동준 KB증권 수석자산배분전략가는 “무역전쟁으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경기지표가 안정적인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펀드는 ‘강달러’ 날개도 달았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이후 약 4.6% 오르면서 달러화 자산 가치도 함께 상승했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연말까지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FAANG주에 대한 거품 논란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넷플릭스 196.39%, 아마존 299.75% 등으로 이미 너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FAANG주 중에서도 애플의 주가수익률이 16.3%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 FAANG주는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거품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댈 곳은 FAANG에 있다고 설명했다. FAANG는 일부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주영 미래에셋 상무는 “FAANG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4차 산업의 특징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인데 이 산업은 혁신을 거듭하고 포지션이 강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띤다”면서 “FAANG주는 차별화가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FAANG주 쏠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담은 펀드에 대한 전망 역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FAANG주는 고공 행진했지만 국내에서 삼성전자, 삼성SDS,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CJ E&M 등 4차 산업주를 담은 펀드 수익률은 약세로 돌아섰다. 운용액이 1,908억원으로 국내 4차 산업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한국의제4차산업혁명증권자투자신탁은 6개월 수익이 -8.03%로 떨어졌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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