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017800)터 주가가 전환사채(CB) 발행의 적법성 논란으로 40% 이상 하락했지만 금융당국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 내부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미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엇갈린 목소리에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말 경제개혁연대가 현대엘리베이터의 CB 발행이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경영상의 목적이 아닌 현대그룹 오너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회발행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내부검토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CB와 관련된 경제개혁연대의 민원 제기 내용을 내부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관련 내용을 경제개혁연대에 회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는 등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 사이 남북 협력주로 13만원까지 급등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6월 초 CB 적법성 조사가 알려진 후 8만원대로 급락했다. 이번 논란은 5월 말 경제개혁연대가 현대엘리베이터의 CB 발행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위법성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민원을 넣으며 불거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5일 제35회 무보증 사모CB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총 385만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만3,112원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듬해 12월 전환사채의 40%에 해당하는 871억원(168만6,846주 상당)어치를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통해 조기 상환했고 같은 날 그룹 오너 및 현대글로벌과 상환된 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벌은 그룹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외관상 현대엘리베이터는 제3자 배정 방식의 CB를 발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회사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라며 “사실상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이 중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 회장 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제3자에 대한 CB 및 BW 발행을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경영상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BW 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시되자 상장사의 경우 분리형 BW의 사모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금감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CB 발행 당시 밝혔던 목적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확인뿐 아니라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촘촘히 진행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감원은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금융위에 판단을 넘겼다. 법 위반은 아니지만 ‘루프홀(법률상 허술한 구멍)’을 이용한 편법 발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안건이 금감원에서 금융위로 넘어가며 최종 판단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보다 못한 경제개혁연대도 지난달 중순 금융위에 현대엘리베이터의 CB 거래가 현행법을 위반했는지를 묻는 유권해석 공문을 보냈지만 금융위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서 보낸 참고자료와 경제개혁연대의 주장 등을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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