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호황에 기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7일 복지확대 정책을 또 무더기로 내놓았다. 하위 2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각각 2배, 3조원가량 늘려 총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인 일자리를 8만개 확대하고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도 넓힌다. 이들 사업에만도 내년에 최소 4조3,500억원이 추가로 든다. 나랏돈은 앞으로 더 풀린다. 당정은 일자리안정자금과 영세자영업자 지원방안을 별도로 내놓는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올리면서 고용쇼크, 저소득층 소득감소 등의 부작용이 커지자 나라 곳간을 열어 메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확대재정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세수호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로 무턱대고 복지를 늘리는데다 내년 예산을 10%(42조8,800억원)나 확대하는 ‘초슈퍼예산’까지 겹치면 “수년 내 재정절벽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력업종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하강 등의 여파로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와 내년까지는 세수에 문제가 없지만 이후는 예측이 어렵다”며 “세수호황만 보고 복지 같은 경직성 예산을 늘리면 향후 감당이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를 둘러싼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간 무역전쟁을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한 해 세수를 좌우하는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각각 4.2%, 5.4%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45조1,34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2% 빠졌다.
이런데도 여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린 470조원대로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 1차 위험신호인 ‘40%(국가채무비율)·2%(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도달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현재는 각각 오는 2020년, 2021년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년 했는데 이 정도의 지적이 있다면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김현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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