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의 선수는 총 750명(팀당 25인 로스터)이다. 이중 올스타전에 초대받는 선수는 단 62명. 메이저리그에 등록되는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니 12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가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메이저리그 14년차에 생애 최초로 올스타로 뽑힌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 그는 아내 하원미씨, 2남1녀 자녀와 함께 한껏 차려입고 경기 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추신수는 한국인 타자 최초이자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역대 3번째(2001년 박찬호, 2002년 김병현)로 ‘꿈의 무대’에 부름을 받았다. 이 자체로 역사에 남을 하루일 텐데 추신수는 안타를 치고 득점까지 성공했다. 앞서 박찬호가 1이닝 1실점, 김병현이 ⅓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터라 추신수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감독 추천선수로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에 뽑힌 추신수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제89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해 2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2대2로 맞선 8회 초 대타로 등장한 그는 왼손 투수 조시 해더(밀워키)의 시속 156㎞짜리 직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역사상 한국인 첫 안타다. 후속 타자의 안타로 2루를 밟은 추신수는 진 세구라(시애틀)의 3점 홈런 때 홈도 밟았다. 역시 한국인 최초 올스타전 득점이다. 9회에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잘 맞힌 타구가 유격수 땅볼이 되면서 추신수는 꿈같은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반기에 51경기 연속 출루 대기록을 세운 추신수는 올스타 무대에서도 ‘출루기계’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왼손 타자 추신수가 공략한 해더는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053(53타수 3안타)에 빛나는 ‘좌타자 킬러’다. 추신수의 이날 올스타전 첫 안타가 더 값진 이유다. 댈러스모닝뉴스는 “추신수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모이는 곳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다. 생애 꼭 한 번은 서고 싶었던 무대”라고 소감을 밝힌 추신수는 “해더는 정말 까다로운 투수다. 그가 마운드에 있는데 감독이 나를 타석으로 내보내기에 ‘정말 나를 내보내는 건가’라며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기분 좋게 후반기를 맞게 된 추신수는 “이제 출루 기록에는 얽매이지 않겠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AL 올스타가 내셔널리그(NL) 올스타를 연장 10회 끝에 8대6으로 눌렀다.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홈런(10개)이 터진 가운데 역대 전적에서도 44승2무43패로 AL 올스타가 한걸음 앞서 갔다. 10회 결승 홈런의 주인공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은 데뷔 첫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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