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올 초부터 선보인 고객가치 혁신 프로젝트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요금개편을 꺼내 들며 2,800만여명에 달하는 가입자 묶어두기에 나섰다. 절반에 가까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1등 사업자만이 선보일 수 있는 절대우위 전략을 통해 내년 3월부터 시작될 5G 시대에서도 영향력을 지속시킨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18일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신규 요금제 ‘T플랜’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약정제도 개편으로 시작된 박정호(사진) 사장의 고객가치 혁신 프로젝트의 다섯번째 버전이다. 이번 요금제는 박 사장이 올해 초 “옷 사이즈처럼 라지나 스몰로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요금제가 될 것”이라고 얘기한 데로 직관적으로 구성됐다. 실제 △스몰(1.2GB,3만3,000원) △미디엄(4GB, 5만원) △라지(100GB, 6만9,000원) △패밀리(150GB, 7만9,000원) △인피니티(무제한, 10만원)와 같이 요금제 명칭 및 구성이 단순하다.
이번 요금제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가입자 유지를 위해 가족간 데이터 공유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점이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월 4GB 내에서 가입자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했지만 패밀리 및 인피니티 요금제 가입자는 가족 간에 각각 20GB와 40GB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현재 SK텔레콤 가족 가입자는 1,600만명에 달한다. 가족간 데이터 공유 서비스 이용 범위는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및 손자녀 포함) 및 형제자매까지로 본인 포함 5명까지만 가능하며 별도 서류 없이 문자메시지(MMS) 인증만 거치면 된다. 특히 월 최대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온가족 할인’과 결합될 경우 25% 약정할인 시 패밀리 요금제는 3만5,550원, 인피니티 요금제는 4만5,000원에 각각 이용할 수 있어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 방지 효과가 클 전망이다.
최고가 요금제인 ‘인피니티’ 요금제도 복병이다. 인피니티 요금제는 KT(030200)나 LG유플러스(032640)의 완전무제한 요금제와 비교해 1만원 이상 높지만 △인피니티 클럽 가입 △영화티켓 연간 30장 제공 △로밍 원패스 연 12회 제공 및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 △스마트워치 요금 무료 등 4가지 중 한가지 부가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인피니티 클럽은 월 1만4,850원을 내면 6개월마다 단말기를 이통사에 반납할 경우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고 신형 스마트폰으로 교체해 준다. 새 스마트폰이 나올 때 통신사를 옮기는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자사 고객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SK텔레콤이 ‘탈(脫) 멜론’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T플랜 가입 고객 중 가족 가입자에게는 자회사 SK테크엑스에서 서비스하는 ‘뮤직메이트’의 음원 300곡을 데이터 소진 없이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했다. 뮤직메이트는 현재 1,600만 곡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에 기존 멜론 외에도 뮤직메이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탈 멜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맹석 SK텔레콤 MNO사업지원그룹장은 “최근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가입자 해지율이 이전의 절반이 안되는 수준인 1%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고객이 재선택하는 경우가 늘 것”이라며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하기 보단 고객 혁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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