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가동률 높여 정상화 촉진=한국GM은 20일 GM이 한국GM에 5,000만달러의 신규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부평 2공장의 생산 설비를 증설해 소형 SUV인 트랙스를 연간 7만5,000대가량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한국GM은 부평 1공장에서 트랙스와 함께 플랫폼을 공유하는 오펠 모카, 뷰익 앙코르 등을 연간 27만대가량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1공장에서는 내년부터 현대차의 투싼급인 ‘서브 콤팩트 SUV’ 신모델을 생산하게 됨에 따라 한국GM은 트랙스의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GM이 트랙스 물량을 해외가 아닌 부평 2공장으로 돌리기로 한 것은 한국GM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산 18만대 규모의 부평 2공장은 현재 중형 세단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 물량이 5만대 수준으로 가동률은 30%까지 떨어진 상태다. 500억원가량의 투자로 SUV 생산 설비를 구축한 후 트랙스 물량 7만5,000대를 확보하면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GM은 부평 2공장에서 만들어내는 트랙스를 내수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호주·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연간 27만대에 달했던 소형 SUV의 생산량이 7만5,000대 수준으로 줄어들게 됨에 따라 내년부터 오펠과 뷰익으로 넘어가는 물량은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랙스를 포함한 소형 SUV가 빠지는 1공장은 서브 콤팩트 SUV가 대체한다. 한 해 생산 예정 물량은 25만대 수준으로 기존 설비를 돌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서브 콤팩트 SUV의 시장 수요는 탄탄하다”면서 “말리부의 판매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트랙스 물량을 추가하면 내년부터 부평 2공장도 본격적인 정상화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GM SUV 개발 거점 부상=공장 증설을 위한 신규 투자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GM이 한국GM을 글로벌 SUV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 부문 사장은 “한국GM은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콤팩트 SUV의 차세대 디자인과 차량 개발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이 일컫는 콤팩트 SUV는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국내에 출시한 이쿼녹스다. 이쿼녹스 후속 모델은 오는 2023년께 양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개발 과정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큰 틀에서 보면 GM은 트래버스 이상의 대형 SUV는 미국에서, 이쿼녹스 이하의 중소형 SUV는 한국에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소형 SUV인 트랙스와 서브 콤팩트 SUV를 한국GM에서 개발했고 한 체급 낮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도 2022년부터 한국GM 창원 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세계적 수준인 한국GM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대해 글로벌 신차 개발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이쿼녹스 후속 모델의 개발을 책임진 만큼 연말까지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마련하고 현재 2,900명 안팎인 R&D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GM 본사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관장하는 지역 본사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확정하고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GM에 따르면 연내 부평 본사에 아태지역본부가 신설된다. 엥글 사장은 “생산 및 R&D 분야에 대한 이번 신규투자로 GM 본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업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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