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올가즘 생활’, ‘밤꽃놀이 가자’,‘잠시만요, 만져보고 갈게요’
코엑스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삐에로쑈핑.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곳곳이 ‘빨간’ 문구로 도배된 성인용품 코너를 만날 수 있다. 삐에로쑈핑 내에서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곳은 방대한 상품군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적나라한 상품이 가득한 이 공간은 신세계 이마트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문을 연 성인용품 매장이다. 성인용품 MD를 담당하는 김현진(41) 삐에로 상품본부 바이어는 삐에로쑈핑의 성인용품숍이 국내 오프라인 매장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했다. 김 씨는 “최근 주요 상권마다 성인용품숍이 들어서고 있지만 20평 남짓한 공간에 1,800여 개 상품군을 갖춘 곳은 없다”면서 “일본 돈키호테 중 가장 큰 매장인 신주쿠점만 해도 성인용품숍은 3평 규모고 상품 종류도 훨씬 적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 성인용품의 또 다른 차별점은 외진 곳에 위치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고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주변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들은 대로변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에 들어가는 것을 어려워한다”면서 “이곳은 삐에로쑈핑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한 김에 슬쩍 들어오기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실제로 오픈 직후 등 한가한 시간에 찾아와 한꺼번에 100만 원어치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수위 높은 성인용품이 진열된 만큼 이 공간은 ‘19금’ 구역이다. 매장 앞에는 19세 미만이 출입할 수 없다는 경고 표시와 함께 가림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만 본인 및 성인 여부를 확인한다.
그렇다면 19금을 통과한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은 뭘까. 김 씨는 “최근 여성들의 경우 흡입과 진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멀티기구인 흡입형 진동기를 선호한다”면서 “친한 친구들끼리 방문할 때는 본체 하나를 사고 교체할 수 있는 노즐 부분은 따로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삐에로쑈핑은 진동기구류를 최대 반값에 판매하는 특가세일도 진행한다. 하지만 ‘텐X’와 같은 특정 일본산 상품은 관세와 마진 등으로 인해 2-3배 가량 비싸게 판매된다.
최근 삐에로쑈핑은 여성을 실제 모습처럼 본뜬 ‘리얼 돌’까지 매장에 들였다. 실리콘으로 표현한 피부에 관절까지 움직이는 리얼 돌은 최대 1,000만 원짜리 고가 상품이다. 김 씨는 “고객들의 반발을 우려해 일부 노골적인 상품은 입점을 보류했지만 오히려 고객들이 진열된 상품을 보고서는 생각보다 밋밋하다고 지적했다”면서 “수위가 높은 상품은 물론 AI·VR 등 신기술을 접목한 상품까지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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