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던 자동차 업계가 올해도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수입차 ‘관세 폭탄’까지 현실화하면 자동차 산업이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은 76만71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줄었다. 2014년 이후 이어지던 국산차 내수 증가세는 3년 만인 지난해 꺾인 뒤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 역시 122만2,528대로 1년 전보다 7.5%나 줄어 2009년(93만9,726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와 수출의 동시 부진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200만4,744대로 작년 상반기(216만2,548대)보다 7.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상반기(209만9,557대) 이후 최저 기록이다.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처음으로 6위로 떨어진 한국은 7위인 멕시코에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상반기 기준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195만6,810대로 한국과의 격차는 4만7,934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은 나날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국가로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84만5,319대(33%)에 달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출가격은 평균 1만4,500달러 수준인데 25%의 관세가 붙을 경우 단가가 평균 3,000달러 정도 올라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며 “결국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