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두 청년은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갑자기 오른 월세를 내지 못하면 살 곳을 잃은 처지에 놓였거든.
이때 도시에서 열리는 산업디자인콘퍼런스때문에 숙소가 동이 나서 사람들이 아우성이라는 소식이 들렸어. 그러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집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깔고 간단한 아침을 제공하면 손님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에어베드와 아침식사(Air Bed and Breakfast)’라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투숙객을 받았지. 결과는 성공이었어. 덕분에 두 청년은 무사히 월세를 낼 수 있었지.
이 서비스는 모두 알다시피 대성공을 거뒀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이 됐어. 이제는 190여개국에 약 400만 개 숙소가 등록됐어. 빈 방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호스트가 몰렸거든. 여행자들도 싼 값에 숙박을 해결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좋아할 수밖에.
덕분에 에어비앤비의 가치도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어. 지난해 기준 310억 달러(약 34조원)지. 세계 어떤 호텔 체인도 에어비앤비보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다양한 도시에서 제공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모두가 ‘윈-윈’하는 것 같았던 에어비앤비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이 살 곳이 없어지면서 ‘관광난민’이 생긴 거야. 이걸 가리키는 ‘투어리트리피케이션(Touritrification·Touristify와 Gentrification의 합성어)’이라는 긴 단어가 새로 생기기도 했지. 도대체 왜냐고?
‘세계에서 집값이 비싼 도시’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미국 뉴욕을 예로 들어볼까?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고층의 빌딩들이 빼곡히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살기 위해서는 매월 수천달러에 달하는 렌트비를 내야 하지. 캐나다 맥길 대학이 2014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연구한 자료를 보면 맨해튼 지역의 월세는 최근 무려 700달러(약 75만원)나 올랐다고 해. 세입자들이 살던 집들이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공간으로 바뀌면서 맨해튼에서 집구하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거든. 임대업을 하던 집주인들이 에어비앤비를 기반으로 전문 숙박업자로 돌아서면서 ‘빈 공간’을 잠시 빌려준다는 에어비엔비의 취지가 무너진 거지.
여기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거구역에 관광객들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사회문제까지 겹치면서 반감은 더욱 심해졌어. 소음 등 관광객들의 ‘비매너’부터 성폭행, 몰카 등 관광객 대상 범죄가 생기기 시작했거든.
이런 문제는 뉴욕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도쿄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른 도시에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어. 우리나라도 서울 홍대나 북촌 등지에서 에어비앤비로 인한 혼란이 생기고 있지.
그래서 몇몇 국가들은 에어비앤비를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어. 예를 들어 올해 일본 정부는 2018년 6월 민박법을 시행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민박들을 모두 에어비앤비에서 퇴출시켜버렸지. 교토시는 한발 더 나아가 주거전용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만 공유숙박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어버렸어. 덕분에 올 여름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숙박 대란’이 벌어졌어.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일본 내 숙소 6만2,000개 중 80%에 달하는 4만개가 사라지면서 예약이 취소됐거든.
‘집 안의 남는 공간을 빌려줘 부가가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 여행 문화를 바꾸며 혁신을 일으키던 이 플랫폼이 변질되지 않으려면 결국 ‘공유’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 특히 수십개에 이르는 집을 사고 에어비앤비에서 변칙 숙박업을 하는 것은 철저히 감독해야겠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현지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삶 속에 녹아든다는 철학을 이해해고 지역사회를 존중해야할 거야. 집주인, 관광객, 주민을 모두 행복 하는 공유경제의 균형점, 찾을 수 있겠지?
/연유진·정가람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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