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물어보자. “지금 금융회사에 무엇하러 가세요?” 직접 방문이 필요 없는 환경이 되고 있고, 영역별로 경계가 없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은행 등이 있음을 감안해 생각해보자. 금융회사들이 듣고 싶은 답은 은행은 “은행 업무를 하러 갑니다”, 금융투자(증권) 회사는 “금융 투자를 하러 갑니다” 보험회사는 “보험을 하러 갑니다”일 것이다. 이 말을 고객의 입장에서 풀어보면 “금융 하러 갑니다”가 된다. 그런데 100세 시대에는 “여기에 더해 노후 준비를 하러 갑니다”가 포함돼야 한다. 노후 준비의 핵심은 3층 연금설계다. 그중에 퇴직연금이 있다. 그러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금융회사에 추가로 질문해봐야 한다. ‘100세 시대를 금융의 관점에서 설명해달라’ ‘3층 연금 설계는 평생 동안 관리돼야 한다. 내가 00금융회사와 평생을 같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내가 00직원과 거래해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달라’ ‘성공하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3층 연금의 관리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 등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이다. 계약형은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가 자산관리 및 운용관리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기업과 근로자 등이 직접 선택하는 방법으로 운용되는 구조이다. 계약형은 제도 속에 교육과 설명의무 등을 갖추고 있지만 지극히 형식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한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늘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4월10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의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회를 통과하면 정해진 경과 기간 후 시행하게 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수탁법인에 전문가가 참여해 수탁법인 이사회에서 정한 적립금 운용지침 및 전략에 따라 운용하는 방식이다. 당장 근로복지공단은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기금형을 운용할 것이다. 기금형이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기금형 내 관리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금형도 회사 내 의견 수렴과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기금형 제도는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계약형에서 운용수익률은 퇴직연금 사업자 간 비교에 그쳤다. 앞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률의 비교 대상은 ‘기금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률’과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될 것이다. 명확한 비교 대상이 생긴 만큼 퇴직연금 사업자는 보다 적극적인 운용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교육이 활성화돼야 하고 근로자들의 교육 참여가 요구된다. 앞으로 국민들의 자산 중 3층 연금은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보다 중요한 자산관리는 없다. 금융회사는 비즈니스 순위 제일 위에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두고 그들의 3층 연금 관리를 지원해 노후 자산을 두텁게 해주는 것이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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