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034220)가 올 2·4분기 2,2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상반기에만도 3,2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1조8,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본 회사라는 점에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선까지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급부상한 중국 BOE가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공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누란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25일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BOE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면서 “기술 추격도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직 한국이 우위에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과 TV 시장 정체로 디스플레이 수요가 한정된 상황이지만 BOE는 공급확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어 경쟁사들을 제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BOE는 LG(003550)·삼성의 LCD 생산량을 뛰어넘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BOE는 대형 LCD 시장에서 올 1·4분기 22.0%의 점유율로 LG디스플레이(20%), 삼성디스플레이(8%)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기술 측면에서도 BOE가 일부 앞선다. BOE는 지난 3월부터 10.5세대 LCD 공장을 세계 최초로 가동하며 8.5세대 LCD 시설에 그친 한국 업체들을 넘어섰다. 원가 및 가격 경쟁력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65인치 TV용 LCD조차 20% 할인판매에 돌입한 BOE는 중소형 OLED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이미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의 OLED 공급사로 낙점됐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애플의 중소형 OLED 물량까지 공급하게 되면 삼성에 치명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OE의 급성장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한국 기술·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수혈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BOE의 공세로 LG디스플레이는 이제 전문경영인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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