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측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의 폭우로 인한 범람으로 댐이 유실됐다면 천재(天災)로 인정돼 시공사인 SK건설 측의 배상 규모가 최소화되겠지만 설계나 시공부실로 판명되면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붕괴로 인한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긴급 구호와 복구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날 오후까지 70명의 사망이 확인됐으며 200명 이상이 실종상태다. 한국 정부도 범정부차원의 구호팀과 의료팀을 구성, 최대한 빠른 시일내 파견키로 하고 26일 7명을 선발대로 보낸다.
향후 관건은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의한 것인지 부실설계 및 시공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다. 이번 사고는 보조댐 5개 중 한 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SK건설은 처음엔 ‘기록적 폭우에 의한 범람’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에는 ‘범람에 따른 댐 일부 유실’이 있었다고 바로잡았다. 즉 범람으로 댐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댐이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SK건설측은 인명 구조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걸리고 예단해서 얘기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집중 호우가 이번 사고의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예측하지 못할 수준의 강수량으로 인해 댐이 범람했다면 SK건설 측의 책임은 줄어들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댐은 과거 강수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된다”며 “만약 범람이 발생했다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댐이 붕괴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범위의 폭우가 쏟아졌다면 설계와 시공상에 하자가 없었더라도 댐이 붕괴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개발국가는 과거 수십년 동안의 강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하루 동안에만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지난 일주일간 집중호우로 인해 평소보다 세배 많은 강우가 쏟아졌다는 게 SK건설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인 조사 결과 설계나 시공상의 하자가 폭우로 인한 댐 붕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날 경우 SK건설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사업은 SK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를 모두 맡아 수행했다. 다만, 댐사업을 위해 SK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움 PNPC가 보상한도액 6억8,000만 달러의 공사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보험사도 현장에서 함께 원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수준의 폭우에 대비해 설계를 했는지, 설계·시공상 하자는 없었는지 등이 향후 배상 문제를 다툴 때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진·민병권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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