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5일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국회 무대에 처음 올라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양 기관의 잇따른 엇박자에 대해 정무위원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갈등에 대해 인정하며 “갈등 모습을 줄여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다수의 정무위원들은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의 갈등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최근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근로자추천이사제, 키코 사태 재조사 등 굵직한 현안들에 모두 입장 차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기관이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지만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며 “이런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각별히 생각해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도 “두 기관이 각종 현안에 대해 일의고행(다른 사람을 마음에 안 두고 자기 혼자만 생각하다)을 하면 시장이 겪게 되는 대혼란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 전 민주당 의원 등도 비슷한 취지의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윤 원장 취임 후 이런 문제들에 대한 두 기관의 견해가 다르게 나타난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앞으로) 두 기관과 두 수장의 생각이 다른 것을 나타내기보다는 같은 점을 말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도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서 “금감원의 입장도 생각하되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입장도 같이 생각해 (갈등) 문제가 줄어들도록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갈등설로 이어진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한 정무위원들의 질의에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견해차가 없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일례로 윤 원장은 금감원 핵심 혁신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던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해 “최 위원장의 말대로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도 앞서 은행 대출금리 조작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다며 금감원의 발표와 대척되는 말을 한 것에 대해 “초창기에 나온 내용만 갖고 그렇게 말했다”며 “(감독당국에서) 조직적 고의성을 파악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두 금융당국 수장은 의원들의 압박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이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금감원에서 법적 근거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월권 아니냐”는 지적에 윤 원장은 “때에 따라 다르다”며 직답을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김종석 한국당 의원이 “최 위원장이 대기업 계열사의 주식 매각에 대해 법안이 개정되기 전에 대기업들이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의무가 없는 대기업에 강요를 하는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그렇게까지 비교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법률은 어디까지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고만 해명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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