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6일 투자기업에 주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도입을 의결하려고 시도했으나 경영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는 논란으로 결론을 맺지 못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3시간 이상 회의를 열었으나, 경영 참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일부 위원이 퇴장하면서 이르면 30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이날 회의는 복지부가 마련한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 측 위원들은 초안 내용 중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제반 여건이 마련된 이후에 추진한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보이기 위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주주권 행사를 총괄하기 위해 신설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정한 안건에 한해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해야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초안에는 수탁자책임위의 과도한 권한을 막기 위해 안건을 선택할 수 없도록 했지만 시민단체 측 위원들은 안건 선정부터 경영 참여 결정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측 위원들은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경영을 감시하는 위치이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복지부 초안대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양측 모두 인정했지만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법을 개정할 지 법이 개정된 후 경영 참여를 선언할 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 셈이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이사 추천권을 갖는 등 경영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규정한 경영 참여 행위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현행 규정으로는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하면 국민연금은 6개월 내 단기차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수익성 강화를 1순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상 단기차익 반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경영 참여’ 초안에 대해 시민사회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박이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초안보다 경영 참여 내용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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