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미디어 커머스사인 CJ오쇼핑과 아시아 톱 종합 콘텐츠 기업인 CJ E&M의 합병법인 CJ ENM이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순탄치 않았던 합병 과정과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시너지 논란에도 CJ ENM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CJ ENM이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로 쏠리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CJ ENM의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올해 1월 17일 CJ오쇼핑, CJ E&M 양 사가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후에도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양 사는 합병 발표 당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디즈니의 폭스 인수 등 글로벌 미디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합종연횡을 예시로 들며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계기와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예시로 든 사례들이 CJ오쇼핑과 CJ E&M 같은 미디어 커머스 기업과 콘텐츠 기업 간 결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장관계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시장관계자들은 그 후에도 계속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 물음표를 달았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을 받은 이후 5월 주주총회에서 합병 추진을 가결할 때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약했던 까닭에 양 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밑돌면서 합병 무산 우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양 사는 5월 400억 원이 넘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조치에 양 사 합산 실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5,039억 원)이 양 사 합병 예산(5,000억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최종 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다.
◆ 이재현 회장의 의지
CJ오쇼핑과 CJ E&M이 적극적인 합병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내에선 CJ ENM의 탄생이 이재현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회장의 경영적 판단인 만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회장님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2017년부터 계열사 간 여러 가지 사업 구조 개편 작업이 있었습니다.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 대부분은 회장님이 병상 생활을 하실 때 구체적인 부분까지 계획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CJ오쇼핑과 CJ E&M 합병도 마찬가지고요. CJ오쇼핑과 CJ E&M은 워낙 덩치가 큰 두 계열사 간 합병이라 꽤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CJ E&M·CJ오쇼핑 합병 전, 지주사 CJ는 두 계열사 지분을 각각 39.5%, 41.2% 보유하고 있었다. 장부가액으론 5,594억 원, 1,899억 원. CJ 총자산에서 두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7%, 6.7%였다. 총자산 비중이 29.6%, 21.9%인 CJ제일제당과 KX홀딩스(구 CJ GLS)에 이어 3, 4위 규모였다.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으로 탄생한 CJ ENM은 CJ에서 차지하는 총자산 비중이 26.4%로 KX홀딩스를 밀어내고 계열사 No.2가 됐다. 이 정도 규모의 계열사 조정은 이재현 회장이 아니고서는 기획도, 결정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여전한 시너지 효과 논란
이재현 회장의 의지로 어렵게 합병에 성공했지만, 합병 시너지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일부 진행 중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CJ ENM 측이 (홈쇼핑 부문) 시너지 효과로 콘텐츠 강화를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기존에 해오던 코빅마켓(tvN 개그 프로 ‘코미디 빅리그’와 협업한 CJ오쇼핑의 미디어 커머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가 예능 연예인들을 활용한 굿즈(상품)를 판매한다든가 하는 거고, 새롭게 이야기되는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건 합병 전부터도 해왔던 것이라 합병 시너지 효과라 말하기는 좀 어렵죠. 셀럽을 활용한 방송 같은 것도 이미 경쟁사들도 다 하고 있는 만큼 특별한 내용이 아니고요.”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은 1월 합병 결의 이후부터 CJ ENM을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5월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합병 전략 설명회에서도 가장 먼저 나왔던 질문이었고 또 CJ ENM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한 부분이기도 했다. 당시 CJ ENM 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3~4년간 CJ오쇼핑과 CJ E&M이 콘텐츠 커머스 융합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시도했으나 생각만큼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커머스와 콘텐츠를 결합시키기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조직 통합이 필요했습니다. 중복 투자되고 있는 부분도 줄일 수 있고요. 또 콘텐츠 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의 M&A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자산 규모 확대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합병 시너지 효과에 관해 긍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인터넷·미디어 담당 연구원은 말한다. “합병이 마무리된 현 시점에선 이전에 느꼈던 불확실성이나 시너지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습니다. 합병 결의 이후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시켜주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쇼핑 부문에서 콘텐츠를 활용하는 점이나 콘텐츠 부문에서 쇼핑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유통 담당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 커머스 마케팅을 했을 땐, 상품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상품이 시장에 등장해 판매 성숙기와 쇠퇴기 등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콘텐츠와 미디어 커머스 서로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CJ ENM은 지금 그걸 활발히 테스트 중인 것 같아요. CJ ENM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시너지 모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시장을 개척 중인데, 굳이 세세히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오픈했다가 경쟁업체들이 따라 나서면 결국 손해니까요.”
◆ 합병은 양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
시장에선 이번 합병이 콘텐츠 사업 부문에 더 유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관계자는 말한다. “CJ오쇼핑 관점에서 보자면, 합병 시너지라는 건 사실 CJ그룹의 의지만 있다면 합병을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CJ E&M은 그렇지 않죠. CJ E&M이 CJ오쇼핑과 합병해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CJ오쇼핑이 쌓아 놓은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CJ E&M의 사업들은 콘텐츠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구체적으론 K컬처밸리 같은 곳에도 돈을 써야 하고요. 예전 같았으면 차입을 했어야 했을 텐데 CJ오쇼핑과 합병을 해서 부담을 던 셈이 됐죠. 이젠 사업 부문만 다른 같은 회사니까요.”
이를 두고 어느 기업 합병에서나 나올 수 있는 잡음이라 치부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CJ ENM과 CJ오쇼핑의 합병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CJ오쇼핑에게도 합병은 매력적이었다는 얘기다.
CJ오쇼핑은 최근 성장 정체를 우려하고 있었다.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TV홈쇼핑 사업이 시청자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인터넷·모바일 사업 역시 경쟁 격화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근 T커머스 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T커머스는 시장 크기가 작고 성장 한계가 명확해 주력 사업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른 대안이나 변화가 필요했던 차였다.
CJ오쇼핑 입장에서 CJ E&M과의 합병은 세간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콘텐츠 활용 시너지 외에도 매년 쌓이는 사내 유보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부문이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CJ오쇼핑이 영위하던 유통 부문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기엔 투자 대비 효율이 낮은 사업이다. 그러나 콘텐츠 사업은 정반대로 불안정하긴 하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사업이다. 게다가 단일 기업이다 보니 다른 기업 혹은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 신뢰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계열사 간 번거로운 투자·차입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고려하면, 합병은 CJ오쇼핑과 CJ E&M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 투자· M&A 계획에 쏠린 시장의 관심
7월부로 합병이 완료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CJ ENM의 M&A 계획에 쏠리고 있다. CJ ENM의 M&A 계획은 5월 합병 전략 설명회를 통해 상당 부분 유추할 수 있다. 5월 합병 전략 설명회에서 합병 법인의 M&A 계획은 시너지 효과 만큼이나 많은 질문을 받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큰 부분이었다. 당시 CJ ENM 측의 답변 내용을 요약하면 “콘텐츠와 미디어 커머스 양 분야 모두에서 M&A를 검토하고 있으며, 대규모 M&A나 투자 확대를 위해 투자자산 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콘텐츠 분야에선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국내외 업체의 M&A를 검토할 것이며, 미디어 커머스 분야에선 해외 중심의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기존 플랫폼이 갖고 있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영역 확장 추구 플랫폼) 구축을 위한 투자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식을 하지 않고 바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도 사내 인트라넷에 취임사를 게시해 M&A에 상당히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허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커머스 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M&A를 성사시켜 미래 성장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월 현재 CJ ENM 측은 “‘지금 당장’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외부 투자나 M&A 계획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직 통합과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CJ ENM이 콘텐츠 부문 투자를 위해 해외 현지 업체와 긴밀히 M&A를 추진 중이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여부야 어떻든 CJ ENM이 향후 M&A 시장에 자주 이름을 올릴 것이란 예측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 CJ헬로비전 매각 시나리오도 솔솔
2016년 불발됐던 CJ헬로비전 매각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CJ헬로비전은 2016년 당시 SK텔레콤과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을 최종 불허해 결렬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합산규제가 올해 6월 27일부로 일몰되면서 CJ헬로비전 매각은 유료방송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28일 일몰 하루 만에 연장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통과가 불확실하고 기존 합산규제 세부 논의 역시 국회 상임위를 한 번도 거쳐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CJ헬로비전 매각은 여전히 유효한 이슈이다.
CJ ENM 측은 CJ헬로비전 매각 건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CJ ENM은 CJ헬로비전 지분 53.9%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홍석우 CJ ENM 커뮤니케이션2팀 부장은 말한다. “CJ헬로비전 매각은 저희가 아니라고 공시까지 냈던 사안입니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LG유플러스 측에서도 정해진 게 없다고 공시했고요. 국회 변수가 있는 만큼 준비 중인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CJ ENM이 합산규제 일몰 연장법안 불발을 가정한 시나리오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합산규제 일몰 연장법안이 불발된다면 CJ헬로비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J헬로비전 매각 자금으로 CJ ENM의 M&A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현재 CJ헬로비전의 매각 대금으론 1조 원대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CJ ENM 출범만으로도 다양한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결합된 CJ ENM과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워 시장의 관심이 매우 크죠. CJ ENM이 각종 투자와 M&A를 통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박스기사 1>
◇ 합병법인의 이름이 CJ ENM인 이유
CJ ENM의 ‘ENM’은 ‘Entertainment and Merchandising’의 약자다. CJ ENM 측의 설명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상품화 계획)이 CJ ENM 양대 사업 업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가 회사의 지향점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콘텐츠 기업 CJ E&M의 이름이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발음이 같은 CJ ENM 이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박스기사 2>
◇ 왜 단독 대표 체제를 선택했을까
지난 1월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결의가 이뤄졌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통합 법인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업태가 다른 두 계열사 간 합병이었기 때문에 당분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통합을 이뤄 나갈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5월 합병 법인 사명이 발표되면서 사업 내용과 조직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났을 때에도 각자 대표 체제는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월 말 CJ그룹 임원인사에서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가 합병법인 CJ ENM의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며 업계의 예상이 빗나갔다. 이 같은 CJ ENM의 결정 이유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당시 통합 시너지 효과에 대해 워낙 말이 많다 보니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독 대표 체제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각자 대표 체제이다 보면 아무래도 의사결정이 엇갈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초에 생각했던 통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각자 대표 체제로 갈 거면 왜 굳이 합병을 했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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