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가 2014년 부활한 트레저Tr?sor 컬렉션에 여성용 쿼츠 라인을 추가했다. 이 새로운 라인은 여러 면에서 기존 트레저 컬렉션과 구별돼 눈길을 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트레저 컬렉션은 1949년 심플한 클래식 시계로 첫선을 보였다. 얇고 고풍스런 골드 케이스에 심플한 바 인덱스, 고딕한 시·분 메인 핸즈와 독립된 세컨드 스몰창 등이 특징이었다.
트레저 컬렉션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 보물과도 같은 무브먼트를 품은 시계였다. 30T3PC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칼리버 265는 당시 정확도 측면에서 가장 공인된 클래식 무브먼트로 크게 이름을 떨쳤다. 시크한 외관 이미지와 그 이면에 숨겨진 칼리버 265는 대해양시대 보물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1940~1950년대 출시된 트레저 컬렉션은 그 심플한 이미지 덕분에 드레스 워치로서 큰 명성을 얻었지만, 오메가 브랜드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당시 시계 업계 트렌드가 드레스 워치에서 컴플리케이션 워치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컬렉션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흐른 2010년대 들어 다시 드레스 워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또 시계 업계에서 복각(復刻)을 주제로 한 이벤트성 시계 출시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트레저 컬렉션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Seamaster, 스피드마스터 Speedmaster 등 다이내믹한 컬렉션으로 이름이 높은 브랜드여서 드레스 워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오메가는 기존에 있던 클래식 모델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이슈화 측면에선 트레저 컬렉션 부활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오메가는 2014년 트레저 남성 시계를 새롭게 선보이며 컬렉션 부활을 알렸다. 2014년형 트레저 시계는 부활 모토에 부합하기 위해 1940~1950년대 모델과 큰 틀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유지했지만, 더욱 세련된 세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투박했던 바 인덱스를 위아래에 볼륨을 줘 돔 형태로 바꾸었고, 고딕했던 메인 핸즈도 곡선미가 더해지면서 부드럽게 변했다. 6시 방향에 독립된 창으로 떨어져 있던 초침이 메인 핸즈로 옮기면서 6시 자리에 날짜 창이 들어섰고, 단조로웠던 세로 패턴 다이얼도 클루 드 파리 패턴의 은빛 오팔린 돔 형태 다이얼로 바뀌었다.
2014년 트레저 모델에서 외관상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6시 방향 가운데 박힌 ‘MASTER CO-AXIAL CHRONOMETER’ 문구였다. 오메가가 1999년부터 사용해온 코-액시얼 Co-Axial 무브먼트가 사용됐다는 표현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 오메가 시계라면 자연스레 붙는 마크와도 같지만 2014년 트레저 모델 무브먼트는 좀 더 특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트레저 컬렉션은 심플한 외관 이미지와 함께 그 이면에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칼리버 265 사용으로 화제가 됐다. 오메가는 트레저 컬렉션 부활과 함께 이러한 내용도 함께 계승하고자 2014년 트레저 모델에 오메가 인하우스 최고의 무브먼트인 코-액시얼 칼리버를 1940~1950년 모델에 맞춰 심는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형 트레저 시계에는 코-액시얼 칼리버 8511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가 쓰였다. 코-액시얼 칼리버 8511은 칼리버 8500/8501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8500/8501은 오토매틱 무브먼트였다. 오메가는 1940~1950년대 트레저 모델이 핸드 와인딩 시계였던 점을 감안해 8500/8501 무브먼트에서 로터를 걷어내고 크라운 구조를 조정해 트레저 핸드 와인딩 역사를 이어갔다. 이는 얇은 시계를 선호하는 현대 고객 니즈에도 부합하는 선택이었다.
2014년형 트레저 시계가 드레스 워치로 주목을 받자 여성 시계도 페어 워치로 만들어 달라는 고객 요청이 빗발쳤다. 오메가는 2015년 여성용 트레저 시계를 내놓으며 이에 화답했다. 이 시계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베젤과 화이트 돔 형태의 머더 오브 펄 다이얼, 화이트 레더 스트랩으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당시 언론에서 보냈던 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2015년 여성용 모델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 시계는 2014년 선보인 남성 모델과 동일한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썼기 때문에 40mm 크기와 10.8mm 두께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여성 고객들이 사용하기에 다소 부담이 되는 사이즈였다.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 사용도 흥행 실패 요소 중 하나였다. 팔찌 등 시계 대용품이 많은 여성 고객들은 시계를 매일 차는 일이 드물었고, 따라서 어쩌다 한번 차려다 보면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하는 일이 잦았다.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는 로터가 추가돼 두께가 더 두꺼워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오메가는 올해 트레저 컬렉션 최초로 여성용 쿼츠 무브먼트 시계를 내놓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쿼츠 무브먼트 칼리버 4061을 사용하면서 케이스 크기가 36mm, 39mm로 작아졌고 두께도 8.85mm, 9.75mm로 줄어들었다.
2018년 모델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전 컬렉션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2014년, 2015년 모델이 1940~1950년대 시계 이미지를 재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 2018년 모델은 거의 독립된 라인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트레저 컬렉션 초기 모델이 6시 방향에 세컨드 스몰창을 뒀고 2014, 2015년 모델이 날짜창을 둔 데 반해, 2018년 모델은 6시 창을 아예 없애버리고 아주 심플하게 시와 분만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바 인덱스 대신 로마자 인덱스를 채택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메인 핸즈와 동일한 색상의 로마자 인덱스는 모서리를 슬쩍 둥글게 깎아 시계 전체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15년 모델에서 베젤을 가득 채웠던 다이아몬드도 2시와 8시에서 시작해 러그로 흘러내리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2018년 모델은 찬사와 아쉬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계 자체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드레스 워치이지만, 1940~1950년대를 사로잡았던 트레저 컬렉션의 이름을 계승하기엔 외양과 무브먼트의 급진적인 변화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독립된 모델로 나오는 게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오롯이 오메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시계 산업도 언제나 결과가 모든 걸 판정했다. 2018년 모델이 큰 인기를 얻어 트레저가 오메가 브랜드의 한 축을 책임지는 드레스 워치 컬렉션으로 성장한다면, 아마도 이 시계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잠깐의 영광만을 기억한 채 트레저 컬렉션과 함께 다시 회자될 때까지 오랜 시간 잠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오메가의 역사가 그러했듯, 2018 트레저 컬렉션도 승자의 역사로 기억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스기사>
◇코-액시얼 칼리버?
코-액시얼 칼리버는 영국의 시계 장인 조지 다니엘스 George Daniels가 개발한 오메가의 혁신적인 무브먼트다. 18세기 개발돼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는 스위스 탈진기의 마찰·기름 응고 문제점을 해결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오메가는 1999년 코-액시얼 칼리버 2500을 처음 개발한 이래 다양한 기능을 접목하며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발전시켜 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