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는 서비스 계약 조건으론 최악의 단어들이다. 하지만 로힛 ‘로’ 칸나 Rohit ‘Ro’ Khanna는 ‘인터넷 권리장전(Internet Bill of Rights)’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 캘리포니아 초선 하원의원은 당신이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정치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재선을 노림에 따라, 이런 상황은 곧 바뀔 것이다.
그의 선거구는 알만한 도시들이다. 쿠퍼티노 Cupertino와 프리몬트 Fremont, 샌타 클래라 Santa Clara, 서니베일 Sunnyvale등이 속해있는 곳이다. 그 지역에는 누구나 아는 굴지의 기업 애플과 구글, 인텔, 오라클, 테슬라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인구의 54%는 아시아인이고, 29%는 백인이다. 토종 미국인보단 외국 출신 사람들이 더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의 소득 중간 값은 12만 1,000달러로 미국 평균 임금의 2배가 넘는다. 최근 서니베일에 있는 848제곱피트(약 24평) 주택이 200만 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아무 도시, 2080년경(Anytown, USA, circa 2080)‘이라는 프로젝트 때문에 칸나는 ’이상한 미션을 가진 이상한 지역의 이상한 사람‘이 됐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구에 있는 미국 재무부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여전히 공익 활동을 하고 있을까? 납세자들의 돈은 현명하게 사용되고 있을까? 구글도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을까? 또 개인 전용 우주선 선단을 거느린 기업가의 입맛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혁신적인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스탠퍼드 경제학자 출신인 칸나는 지적재산권 법률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전문 용어를 일반인도 알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려 한다. 그는 일반인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정책을 설명할 수 없다면, 상식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정말 그렇다. 칸나는 ‘반독점 모임(Antitrust Caucus)’의 공동 창립자로, 아마존의 대형 유기농 마트 홀푸드Whole Foods 인수와 AT&T-타임 워너 Time Warner 간 합병을 공격한 바 있다. 반면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의 인수 합병에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애플이 미국으로 3,500억 달러를 가져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실은 빠르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해당 금액이 3,500억 달러보단 350억 달러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칸나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에 대한 페이스북의 소유권(그는 연방거래위원회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기 훨씬 전부터 더 강력하고 엄격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일부 엔지니어들은 자아도취가 매우 강한 사람들”이라고 한 말은 농담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농담이 사실이 아니라곤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기업의 해고 세금(job displacement tax)에 대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기업들을 분할하는 것을 “최후의 수단(nuclear option)”이라고 불렀다. 일에 착수한 지 두 달 만에, 칸나는 오하이오
소재 국방부 계약업체가 ‘숨겨진 독점자’라는 의혹을 밝혀내는 조사에 불씨를 댕기기도 했다.
칸나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가 캘리포니아의 17번째 하원 선거구 대표라는 것이다. 그 외 나머지 사실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칸나는 지금까지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왔다. 올해 41세의 힌두교 신자이자 인도인 후손인 그는 미 의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그도 하원의원 41%와 마찬가지로 (예일) 법대를 졸업했고, 39%의 의원들처럼 백만장자 중 한 명이다. 칸나는 의회의 임기제한(12년으로 제한하면 꽤 많은 의원들을 교체할 수 있다)를 선호한다. 그리고 ’반 정치활동위원회 코커스(No PAC Caucus)‘를 공동 창립하기도 했다./*역주: PAC은 자신들의 정치적?사회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후보와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 자금을 모금하는 단체다/ 현재 회원은 칸나와 공화당 의원 베토 오로르케 Beto O’Rourke 둘 뿐이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부인 덕분에) 순 자산 2,700만 달러를 보유한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중 4번째로 자산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자금 대출 5만 달러를 갚지 않았는데, “아내와 자산관리를 따로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베인과 매킨지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거나, 할리우드의 유명 극작가 애런 소킨 Aaron Sorkin의 대본에 따라 걸으며 알렉시 드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의 말을 되뇌곤 한다. 때때로 독일 철학가 위르겐 하버마스 J?rgen Habermas를 참고해 베이커리 체인점 파네라 브레드 Panera Bread에서 선거구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업무시간’을 갖기도 한다. 미 정계에서 칸나는 매우 ‘명석한 이단아’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이제 막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새로운 승자(The Four: The Hidden DNA of Amazon, Apple, Facebook, and Google)‘의 저자 스콧 갤러웨이 Scott Galloway는 “칸나는 똑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대표하는 의원은 아니다. 누가 그 자리에 있든 그 위치는 우리가 거대 IT 기업에 로비하기 위해 내주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0억 개의 아이폰에는 인터넷 앱 사파리가 설치돼 있고, 안드로이드 폰 20억대에는 유튜브가 이미 깔려있다. 하지만 칸나는 1억3,000만명에 영향을 미치는 합병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 한다. 그에겐 AT&T가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부(Middle America)는 어떤 형태의 실리콘밸리도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지역은 애플, 구글, 아마존과 페이스북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한다. 10년 전부터 그래왔다. 하지만 나는 칸나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건 마치 담배 생산 국가의 의원이 담배 규제를 주장하고, 미국총기협회(NRA)가 총기 규제를 밀어붙이는 것보다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춘이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C.에서 칸나를 지켜본 며칠 동안, 그의 이미지는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비쳐졌다. 칸나는 435명의 입법부 대표 중 유일하게 컴퓨터 공학 학위 소지자다. 그는 인구학적으로 오바마를 능가할 수 있는 첫 차세대 주자로 보였다. 칸나는 코딩을 할 줄 모르지만 ’집단 디지털 미래(collective digital future)‘의 대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민주당에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칸나는 행동 지향적 인물이다. 21세기 미국의 실리콘밸리 역량을 샌프란시스코 해안가 지역에만 가둬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건 19세기에 은행들을 뉴욕에만 한정시킬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20세기 미국의 제조업을 디트로이트에, 영화산업을 로스앤젤레스에만 가둬 놓을 수 없었던 것과 매한가지다. 칸나는 애리조나와 켄터키,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 등 기꺼이 자신의 말을 들어 줄 모든 주에 ’IT 복음‘을 전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실리콘밸리의 영혼을 갖고 의회에 입성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자신을 IT라는 마법과 전통적 노동자 기질을 섞어놓은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여러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편집 제조(edited manufacturing)를 왜 실리콘밸리에서만 하는가. DNA 편집 기술을 디지털 세계와 결합하는 건 어떨까?”라고 반문했다. 칸나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석탄 광부에게 석탄 대신 데이터 채굴을 제안 하는 건 어떨까? 자동차 수리공에게 로봇과 3D프린터를 담당하게 하는 건 어떨까? 농부에게 태양 및 풍력 에너지를 수확하게 하면 어떨까? 칸나의 책상 위에는 실리콘밸리의 남녀차별을 폭로한 책 ’브로토피아 Brotopia‘와 미국 민주주의에 관한 ’다크머니 Dark Money‘가 놓여 있고, 메일함에는 정치경제 전문가 로버트 라이시 Robert Reich와 주고 많은 메일이 꽉 차 있다. 하지만 그의 디지털 세계관에 씨앗을 뿌린 농부는 1909년 ’전미 유색 인종 지위향상 협회(NAACP)‘를 공동 창립한 W.E.B. 두보이스 W.E.B. DuBois라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최근 칸나는 두보이스의 1903년 수필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을 완독했다.
칸나는 “두보이스와 부커 T. 워싱턴 Booker T. Washington은 흑인 교육이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더 넓은 개념인 시와 철학, 역사 및 예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놓고 매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 그 당시에 이미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vs.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및 수학)의 문제를 논한 것이었다. 이건 굉장한 문화적인 케이스 연구다. 그래서 나는 팀 페리스 Tim Ferriss가 쓴 자기개발서 대신 이 책을 읽었다”라고 말했다.
칸나는 전 세계가 앞다퉈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기술발전을 무방비 상태로 따라잡아야 하는 ’스푸트니크 순간(Sputnik moment)‘을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 엄청난 발전 속도에 동반되는 공포를 자각하고 있다. 그는 “애플, 구글, 인텔이 만일 중국 회사라고 생각해보라. 그랬다면 아마도 굉장히 공포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나는 더 인간적인 기술과 더 접근 가능한 혁신을 꿈꾸고 있다.
칸나는 그 동안 최고로부터 교훈을 얻어왔다. 1996년 ’즐거움의 무덤‘이란 오랜 별명을 가진 시카고 대학 재학 시절, 그는 각 가정을 돌며 지역 선거를 도운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도운 상대는 버락 오바마라는 ’특이한‘ 이름의 친구였다. 그리고 12년 후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한 후, 칸나는 과거에 오바마가 자신에게 보낸 감사편지를 다시 그에게 보내 행정부에 자리 하나를 마련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칸나는 “정말 많이 노력했고, 집요함을 보였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그는 상무부 부차관보가 됐다. 그 후 2014년에는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오랜 동안 실리콘밸리 지역구 의원을 지낸 마이크 혼다 Mike Honda와 맞대결을 펼쳤다(그리고 패했다). 그리고 재도전 끝에 이번엔 승리했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이메일 해킹 의혹으로 고소당한 선거 사무장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현재 칸나는 첫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의회도 실리콘밸리처럼, 그리고 미국 전역과 마찬가지로 2년마다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이다. 2011년 기술직을 위한 전문직용 취업비자 H-1B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투자자들은 해결책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블루시드Blueseed를 제안했다. 이 해결책은 본질적으로 화려한 노예선이 샌프란시스코 해안가에 정착하게 하고, 미국이 전문기술을 지닌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2013년 벤처 투자가 팀 드레이퍼 Tim Draper는 캘리포니아를 6개로 분할하자는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나중엔 3개로 정정했다). 그리고 2015년 러시아가 연루된 칼엑시트 CalExit *역주: California-Exit의 합성어로 캘리포니아 주의 미 연방 독립운동 계획이 등장했다. 진정 미국은 내륙 지방에 악영향을 미칠 이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일까?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원장이자 칸나의 친구인 조너선 러빈 Jonathan Levin은 “나는 기술 긍정론자다. 그리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동료가 워싱턴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라며 “대안을 고려하면, 긍정론이 더 낫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기술 산업은 평등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왔다. 업계가 남성우월주의 브로그래머 brogrammer 문화에서 여성 존중 문화(Lean in)와 #미투 운동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칸나는 실리콘밸리의 남성중심주의(quid bro quo)를 무너뜨리기 위해 성평등운동 패널들을 샌타클래라 대학에 모았다. 그는 영향력 있는 8인의 여성과 강단 위에 함께 섰다(남자는 그가 유일했다). 패널 중에는 페이스북, 구글과 링크트인 고위급 임원도 포함돼 있었다.
칸나는 이번에도 패널들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번역 두지현 dj9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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