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금융으로 주목받아 온 개인간금융(P2P)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무관심에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누적대출 규모가 2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는 커졌지만 P2P를 규정하는 법 하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P2P 업체의 횡령 등 일탈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데도 투자자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 시장 전반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과 P2P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는 P2P 관련 현안이 언급조차 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시급한 입법이 많다 보니 P2P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연내 P2P 관련 입법을 기대했던 업계로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법제화가 안 되면 대출에 차질을 빚는 정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만 P2P의 경우 법제화가 늦어지면 (P2P업체의 투자금 횡령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 피해를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핀테크 분야에서 P2P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인터넷은행 등장과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P2P가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번 정무위 업무보고 이후로) 국회와 정부가 P2P 업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핀테크의 ‘대표 선수’로 육성하기 위해 P2P를 대대적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관련 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관리 감독을 어느 부처에서 할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지 등 혼란이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 전문 P2P 업체의 부실률이 급증하고 투자자 자금 횡령·사기 등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법 공백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묘책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횡령 사고 등이 잇따르자 금융당국과 검경이 불법 P2P에 대한 공조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P2P 업체는 핀테크 선두주자로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는데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느냐는 자조 섞인 불만이 나온다. P2P 업계는 더 이상 P2P 시장을 방치하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옥석을 가려 육성할 것은 육성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2P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P2P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간접 감독하고는 있지만 P2P를 규정하는 법 자체가 없다 보니 감독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조속히 법제화를 이뤄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해야 P2P 시장이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2P를 포함한 온라인대출 중개업에 관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4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금융위가 P2P 업체를 의무등록 대상으로 지정하고 직접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P2P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민 의원이 정무위원장으로 선출돼 입법화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금융당국의 업무보고에서 ‘누락’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일부에서는 최근 금융위 조직개편에서 P2P 담당 부서가 서민금융과에서 금융혁신기획단으로 옮겨지면서 그나마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실낱 같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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