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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최이현 모어댄 대표, "'업사이클링 가방'에 사회적 가치 담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회적기업 모어댄(Morethan)은 폐차 가죽 시트로 가방이나 지갑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트렌디한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여러 셀럽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BTS 가방‘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를 만나 최근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 대세로 거듭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랩몬스터가 지난해 연말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중 찍은 셀카를 자신의 SNS에 업로드했다. 피렌체 대성당을 바라보는 랩몬스터의 뒷모습이 찍힌 이 사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랩몬스터가 메고 있는 백팩이었다.

사진을 본 팬들은 랩몬스터가 맨 가방의 브랜드와 모델명을 알기 위해 분주히 인터넷 서핑을 했고, 마침내 그 정체가 드러났다. 그 가방은 바로 사회적기업 모어댄이 만든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Continew)’의 ‘엘카 백팩’이었다.

이후 모어댄에는 이른바 ‘랩몬 백팩’을 구매하고 싶다는 전 세계 BTS팬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엘카 백팩은 2년 전에 이미 단종 된 모델이었습니다. 재고조차 남아있지 않았죠. 하지만 너무나 많은 요청이 쏟아져 결국 재생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점은 랩몬스터가 메고 있던 그 가방이 저희가 제공한 협찬 상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금 밀고 있는 새 상품을 드렸을 텐데...랩몬스터님, 기사 보시면 연락주세요(웃음).”

랩몬스터뿐 아니라 국내 수많은 연예인, 기업인들이 모어댄의 가방을 착용하고 있다. 심지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모어댄 가방을 구매한 사실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들이 컨티뉴 제품에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이현 대표는 말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별다른 홍보마케팅 없이도 유명 셀럽들이 먼저 저희 제품을 착용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죠. 아마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어댄의 사무실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센터’에 마련돼 있다. 이 곳은 서울시가 이른바 자원의 재활용, 재생산 등 ‘리사이클링’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업사이클링’ 관련 사업을 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모어댄 뿐만아니라 재활용·재생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기업들 수십 곳이 입점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시판중인 가방, 지갑 등의 제품이 멋들어지게 전시된 모어댄의 사무실은 마치 하나의 ‘쇼룸’을 보는 듯 했다. 직접 보고 만져본 모어댄의 제품은 일반 가방과 다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수한 품질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뽐냈다.

최이현 대표는 말한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자동차 의자 시트, 에어백, 안전벨트 등을 소재로 제작됩니다. 이미 사용감이 있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 가죽의 세척부터 심혈을 기울입니다. 오염된 가죽의 냄새를 제거하고, 효과적인 세척법을 찾는데 만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으니까요. 또 재료의 크기, 질감 등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이를 조합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전 직원이 노력한 결과 지금의 컨티뉴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의 퀄리티나 디자인만큼은 수십만원대를 호가하는 기존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사실 창업 후 처음 사업을 시작할때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이현 대표의 ‘어려움’은 비단 사업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한다. 무슨 의미일까? 최 대표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사업 초기 저희의 당면과제는 제품을 만들 재료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전국 300여개 폐차장을 찾아가 직접 손으로 의자 시트의 가죽을 뜯어냈죠. 그러다보니 가끔 제가 차 안에 있는 줄 모르고 폐차장 쪽에서 폐차 기계를 작동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아주 간발의 차이로 폐차 직전의 차에서 빠져나온 적도 있었죠. 물론 시트를 뜯어내는 것조차 거부하는 폐차장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폐차하기도 바쁜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시트를 뜯고 있으니 곱게 보일리는 없었겠죠.”

[사진=차병선 기자] 최이현 대표가 모어댄과 컨티뉴 브랜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꾸준히 방문해 시트를 수거했다. 그러던 중 폐차의 의자만을 수거해가는 사업자를 만나면서 안정적인 가죽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의자 속 스펀지가 필요했던 사업자와 가죽만 필요했던 최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보다 안정적인 가죽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모어댄의 사업도 본격적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여기서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폐차의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는 소문은 금방 관련 업계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모어댄과 협력관계를 맺고자 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자동차 의자 제조업체, 그리고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었다.



이들의 문의 내용은 한결같았다. 모어댄이 필요로 하는 자동차 시트 가죽을 제공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이 제공하려는 원단은 ‘폐차의 시트’가 아닌 ‘제조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말한다. “저희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자투리 가죽이라면 세척 및 가공을 거의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바로 계약을 맺고 가죽을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폐차장과 주요 업체, 양 쪽에서 공급받는 월 평균 가죽의 양은 5톤 정도입니다.”

사실 기존 자동차 제조 업계에서도 자투리 가죽은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립뿐이었는데 매립과 관리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칫거리를 친절히 직접 가져가겠다고 나선 모어댄과 최이현 대표는 당연히 반가운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원단을 공급받기 시작한 모어댄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참가하는 국내 주요 스타트업 경진대회마다 꾸준히 입상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상당했다. 특히 최 대표는 해외 시장의 현황을 스터디 하던 중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모어댄과 같은 방식의 사업을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늘 아래 처음은 없다’라는 문구를 머리에 새기고 있던 최 대표에게는 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업무 차 방문한 독일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독일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독일 자동차 브랜드 업계 관계자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자신들은 고급형 모델을 제외하고는 천연 가죽시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현지에서 판매되는 보편적인 차종에는 인조 가죽이나 다른 재질의 원단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폐차 시트의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물론 모어댄에 대한 관심은 가죽 시트의 활용 유무나 현지 시장 문화 등과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폐차 가죽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모어댄의 철학에 공감하는 많은 기업의 관계자들이 최이현 대표를 찾아왔다. 실제로 모어댄은 수많은 문의 중 자사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몇몇 기업과는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였다. 최 대표는 말한다. “제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당시, 테슬라 관계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테슬라가 전개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전기차 기획부터 개발·제조의 전 과정에서 낭비 자원을 없애자는 전략)’라는 캠페인과 모어댄의 철학이 일맥상통한다며 함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거였죠. 이를 통해 현재 저희는 테슬라와 함께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폐자원에 가치를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가치만 공유된다고 해서 사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일단 제품이 팔리고, 돈을 벌어야 꾸준히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과연 모어댄은 그들이 추구하는 ‘착한 가치’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을까? 질문을 들은 최 대표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현재 저희 매장은 스타필드 고양 한 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판매도 많이 되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선 오프라인 매장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월 평균 2,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고요. 오는 8월에는 제주공항 면세점에 매장을 낼 예정입니다. 이미 모든 절차는 마무리됐고 공간 정비 작업만 남아있어요. 이밖에 조만간 이사 갈 예정인 서울 합정 사무실에는 별도의 쇼룸을 두고 판매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사진=차병선 기자] 모어댄이 디자인해 판매중인 각종 가방과 지갑 제품.


최이현 대표가 정의하는 모어댄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회사다. 여기에는 가방을 만드는 본업뿐 아니라 모어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주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대표는 말한다. “주말에 스타필드 고양 내 저희 매장을 방문하시면 젊은 친구들이 손님 응대와 제품 소개를 하고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모두 탈북 청소년이에요. 이 아이들은 탈북민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쉽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죠. 조금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 친구들이 저희 매장에서 일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끼길 바랬습니다. 실제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느껴요. 말투나 행동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이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제가 오히려 뿌듯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을 병행해나갈 생각입니다.”

한 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기자는 최이현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정된 지면 분량 탓에 최 대표의 유학 스토리, 과거 창업 에피소드 등 재미난 이야기를 더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마지막으로 최이현 대표에게 모어댄의 향후 과제와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저희는 모어댄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추구하는 가치, 즉 ‘쓸모없는 것을 쓸모있게 만드는 회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 안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고,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모어댄과 브랜드 ‘컨티뉴’가 되는 그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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