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를 계기로 미국의 디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당장 내년 초 신형 싼타페의 디젤 모델 출시부터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상황을 고려한 정의선 부회장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29일 현대차(005380)와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북미 권역본부 및 관련 부서에 “미 시장의 디젤 모델 출시를 전면 보류하라”고 지시하고 “디젤 시장을 제외하고 전략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초 현대차는 내년 신형 싼타페의 디젤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미 디젤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었다. 전통적인 가솔린 시장이지만 시장 수요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옮겨가면서 디젤 엔진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가 미 SUV 차량에 디젤 모델을 탑재한 데 이어 GM도 1.6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이쿼녹스를 선보였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픽업 싼타크루즈 등 SUV 라인업을 강화해 미 시장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현대차 역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디젤 모델 출시를 꼽아왔다.
정 부회장이 이 같은 기존 전략을 뒤엎고 미 디젤 시장 진출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한 것은 미 정부가 수입차에 대해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 시장에서 디젤 엔진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가솔린 엔진 비중이 90% 이상”이라면서 “현대차로서는 통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디젤 시장 진출 계획을 접기로 한 데 따라 미 시장 전략 역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당장 픽업트럭 출시 계획도 백지화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오는 2025년까지 신차 평균 연비를 23.1㎞/ℓ로 끌어올려야 하는 미 연비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데는 강화되는 연비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현대차로서는 연비 규제를 어떻게 맞춰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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