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무한 경쟁에 나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최종 승자는 결국 유튜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으로 데이터 이용에 따른 요금 부담이 줄어들어 동영상 이용량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데이터 트래픽의 54.4%는 동영상 시청에 사용되고 있다. 웹포털(17.5%)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17%) 이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동영상 트래픽의 대부분은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다. 실제 앱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카카오톡(179억분)과 네이버앱(126억분)을 압도했다. LG유플러스(032640)가 속도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지난 2월 말 출시하고 KT(030200)가 5월, SK텔레콤(017670)이 이달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각각 내놓았다는 점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은 대폭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의 국내 매출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광고로 1,1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40.7% 수준이다. 유튜브가 지난해 상반기 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1년 사이에 매출 성장세만 50%가 넘는다.
업계에는 이통사들이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통사로서는 완전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트래픽 부담이 늘어나 망 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기존 최상위 요금제 대비 1만~2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점에서 중간 단계의 요금제 이용자를 끌어온다 하더라도 큰 폭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힘들다. 특히 국내 통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유튜브 입장에서는 플랫폼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통사들은 옥수수(SK텔레콤)나 올레TV모바일(KT), 비디오포털(LG유플러스)과 같은 자체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유튜브를 견제하려 하지만 하루에만 수만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는 유튜브를 뛰어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튜브를 통한 고화질(HD) 동영상 시청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 이통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실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 자동으로 화질을 정해주지만 별도 설정을 통해 화소 1,080p의 고화질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 고화질 동영상을 2시간 가량 시청할 경우 2GB이상의 데이터가 소진되며 관련 동영상을 하루 6시간 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5,986MB)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네이버나 아프리카TV 등의 국내 사업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화질 동영상 확대를 주저하지만 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장애물이 없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요금제 확대로 ‘판은 통신사가 깔고 돈은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사업자가 가져간다’는 푸념을 더욱 자주 듣게 될 것”이라며 “이통사간 무제한 요금 경쟁이 유튜브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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