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열풍이다. SUV 대유행이 찾아오기 전엔 중형 세단과 준중형 세단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급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준중형 SUV, 미국의 차급 기준으로는 서브컴팩트 SUV가 가장 많이 팔리는 차급으로 올라섰다. 실로 놀라운 변화다. 과거엔 자동차 고객이 평생 SUV를 사는 회수를 ‘단 1번’이라고들 했다. SUV는 실용성은 높지만 세단보다 값이 비싸고 기름을 많이 먹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링 카 리스트를 보면 준중형 SUV가 얼마나 인기인지 알 수 있다. 1~3위인 미국 빅3의 픽업트럭 바로 뒤를 잇는 4~6위가 닛산 ‘로그’, 도요타 ‘라브4’,혼다 ‘CR-V’로 모두 준중형 SUV다. 세 차 각각 21만5,202대, 19만8,390대, 17만9,588대 팔렸다.
국내에서도 준중형 SUV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달 기아차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가 나왔고 다음달엔 현대차 ‘투싼’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가장 ‘핫한’ 차급은 준중형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독무대=국산 준중형 SUV 시장은 다소 특이하다. 판매량은 많은데 투싼과 스포티지에 경쟁하는 차가 없다. 그냥 두 차의 독주 체제다. 한국GM은 최근 쉐보레 ‘이쿼녹스’를 수입·판매하면서 ‘중형 SUV인 싼타페와 투싼 중간에 있는 차’라고 포지셔닝을 했다. 르노삼성차는 중형 SUV ‘QM6’와 소형 SUV ‘QM3’는 있지만 준중형 SUV는 없다. 쌍용차는 준중형 SUV ‘코란도C’가 있지만 노후모델이어서 판매량이 미미해 경쟁 상대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나온 기아차 스포티지의 페이스리프트 차명은 ‘스포티지 더 볼드’. 부분변경인데도 변화의 폭이 크다. 먼저 외관이 보다 강인해졌다. 기존 스포티지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와 비슷한 앞모습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강인함보단 귀여움을 앞세운 디자인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 스포티지 더 볼드는 라디에이터 그릴 폭을 확대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를 채용해 앞모습이 보다 강해졌다. 스포츠 세단 ‘스팅어’와 같이 강인한 모습을 추구하는 게 최근 기아차의 디자인 경향인데 스포티지 더 볼드도 마찬가지다. 귀여움을 덜고 강인함을 보탰다.
파워트레인도 변경했다. 기존 1.7 디젤을 폐지하고 ‘스마트스트림 D1.6’으로 대체했다. 스마트스트림 D1.6은 1.6ℓ 디젤 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결합해 16.3㎞/ℓ의 우수한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디젤 2.0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AT)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전륜구동용 8단 AT를 디젤 2.2, 가솔린 3.0 이상 모델에만 적용했다. 디젤 2.0 차에 8단 변속기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현대차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6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내·외관이 공개된 데 이어 8월 공식 출시된다. 투싼은 스포티지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차여서 역시 디젤 1.7이 폐지되고 디젤 1.6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싼 페이스리프트는 디자인 변화 폭이 더 크다. 대형 캐이케이딩 프런트 그릴을 적용해 싼타페와 앞모습이 비슷해졌다. 싼타페에서 제시된 앞모습은 현대차 SUV의 새 패밀리룩이다.
◇내년부터는 본격 경쟁 체제=앞서 언급한 대로 투싼과 스포티지에 대항하는 국산 SUV는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외국 브랜드 진영엔 어떤 차가 있을까. 과거엔 폭스바겐 ‘티구안’이 국산 준중형 SUV를 위협하는 차였지만 신형 티구안은 체급을 D세그먼트로 올려 중형 SUV 시장에 편입됐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도요타 라브4는 한국서도 인기가 많다. 올해 상반기에만 879대가 팔렸다. 국내 데뷔는 2009년인데 올해 6월까지 누적 1만1,001대가 판매됐다 2016년엔 기존 가솔린 엔진 외에 하이브리드차가 추가돼 더 많은 고객 관심을 받고 있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월 평균 1만1,000대씩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지만 르노삼성도, 한국닛산도 국내 시장에선 로그를 팔지 않는다. 대신 한국닛산은 하반기 로그의 형제차로 불리는 ‘X트레일’을 국내에 전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GM은 내년부터 부평 1공장에서 쉐보레의 SUV 신차종을 생산할 예정인데 이 차가 투싼과 스포티지를 겨냥한다고 한국GM 측은 밝혔다. 차 크기는 투싼 보다는 조금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쌍용차도 내년 코란도C 후속을 내놓을 예정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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