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 표류하고 있는 당의 진로를 확립하기 위한 ‘가치 재정립’ 행보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환담을 나눴다.
검정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한 김 위원장은 한국당 대표로 묘소를 찾은 소감에 대해 “국민 모두가 정말 다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어쨌든 통합을 향해 가야 하고 우리가 힘을 모아 국가를 새롭게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해주기를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앞서 한국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27일 김 위원장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관련해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인물을 왜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고 했는지 알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2015년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김무성 대표의 방문이 유일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박정희 신화와 대북 적대정책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당의 전통 가치를 탈피하고 탈이념적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적은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글도 진영논리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과 기록과 더불어민주당 당원 전력으로 자격 논란이 불거진 김대준 한국당 비대위원은 이날 사의를 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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