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1조원에 육박한 스타트업 ‘여기어때’가 기업공개(IPO)를 무기한 연기했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시도하며 기업가치 평가가 7,000억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대로 IPO를 할 경우 신규 사업에서 실적을 내지 않는 이상 기업가치 이하로 공모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쿠팡·야놀자·옐로모바일 등 1세대 모바일 기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과거 1차 투자 당시의 기대만큼 성장세가 나오지 못하자 상장을 속속 미루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숙박·액티비티 오투오(오프라인 기반 온라인 서비스) 여기어때는 이르면 내년께 추진하려던 기업공개를 보류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전까지만 해도 상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유치를 결정한 후 상장을 미루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측은 상장 철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당초 여기어때는 2019~2020년께 상장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공개를 연기하는 것은 상장 시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어때는 최근 투자유치를 진행하며 기관투자가들에게 기업가치를 7,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20억원, 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고 영업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익 규모는 작지만 매출 성장세가 좋아 1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로 평가받은 것이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작한 액티비티 사업의 성공 여부 확인과 같은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커진 몸값에 대한 적정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향후 실적으로 더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억원 규모의 기업은 케이블TV 1위 기업 CJ헬로와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 진에어가 있다.
국내외 대형 유니콘 기술 기업의 거품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첫 모바일 기반 오투오 기업 케어랩스도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도 부담이다. 케어랩스는 오투오 사업 기대감에 상장 둘째날 6만5,000원까지 주가가 뛰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 3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제조 유니콘 기업인 샤오미도 당시 홍콩 증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할 때 10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했지만 두 번의 하향 조정 끝에 47억달러 공모에 그쳤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해 상장 초 21홍콩달러에서 30일 18달러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온라인 인테리어 디자인 플랫폼 키카홈도 홍콩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벤처 연합으로 유명한 옐로모바일도 올 초 감사의견 거절, 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 역시 공격적인 영업 확대로 적자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상장이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유니콘 기업들이 과거 예상과 달리 빠른 성장과 이익 규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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