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배당 계획이 발표되면서 대기업 간 배당 성향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SK(034730)그룹과 두산(000150)그룹 등은 일부 계열사들이 처음으로 중간배당 대열에 합류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주 친화 정책 확대 분위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반면 LG(003550)그룹과 롯데그룹 등은 여전히 정기배당 외에는 ‘여름 보너스’ 지급에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LG전자(066570) 등 사상 최대의 상반기 실적을 달성한 기업들마저 중간배당에 인색함을 드러내 투자자들로부터 ‘짠물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지주회사인 SK㈜가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국내 5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중간배당 계열사를 보유하게 됐다. SK텔레콤(017670)이 지난 2004년부터 중간배당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난해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을 포함하면 모두 3개사다. SK㈜는 24일 이사회에서 주당 1,000원, 총액 563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해관계자와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 아래 SK그룹은 배당 성향이 확대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결산배당을 분기배당으로 변경한 ㈜두산 외에 두산밥캣(241560)이 올해부터 중간배당 대열에 동참했다. ㈜두산과 두산밥캣은 보통주 1주당 1.2%에 해당하는 1,300원과 400원을 각각 현금배당하기로 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주주 환원 정책 확대에 따라 결산배당 외에 중간배당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중간배당 모범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이달 말 실적발표일에 맞춰 이사회를 열고 배당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맏형인 현대차(005380)가 26일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7.1%나 쪼그라들었음에도 4년째 중간배당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중간배당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했으나 결산배당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업설명회에서 밝혔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더하면 올해 배당 성향은 52%로 지난해 27%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 강화 흐름에도 기존 성향을 고집하는 그룹 역시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LG그룹과 롯데그룹이다. LG그룹은 ㈜LG·LG전자·LG화학(051910)·LG디스플레이(034220) 등 10개 계열사 중 단 한 곳도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배당 성향이 줄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기대치를 밑돌아 배당 여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금을 책정한 LG전자는 주주들 사이에 ‘짠돌이’로 인식되고 있다. 하반기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면 S-OIL처럼 배당 규모를 줄일 수도 있는 만큼 금액 자체보다는 기업의 배당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롯데제과(280360)·롯데쇼핑(023530)·롯데칠성(005300)·롯데푸드(002270) 등의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배당 성향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증권가에서 깜짝 배당에 나설 후보로 언급된 롯데케미칼(011170)도 ‘설’에 그쳤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폐쇄를 공시한 상장사는 코스피 31개사, 코스닥 14개사 등 모두 45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34개사, 2017년 40개사에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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