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에서 투자자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진취적 또는 기업형 투자자(Enterprising Investor)는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평균 이상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방어형 투자자(Defensive Investor)는 다양한 종목에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시장 수익률을 추구한다.
저비용으로 시장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발전하면서 방어형 투자자들은 과거보다 쉽게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체 투자자산에서 주식과 채권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론적으로는 주식과 채권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률, 변동성, 투자자의 성향, 투자기간 등에 따라 최적의 투자 비중이 결정된다. 그레이엄은 방어형 투자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방법을 제시해줬다. 주식과 채권에 50대50으로 투자한 후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단순함이다. 최초에 결정한 비중에 따라 정해진 시기에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원칙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정기적인 비중 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최초에 주식과 채권에 50대50 비중으로 투자했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로 비중이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70대30으로 변화했다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주식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도 높아지게 된다. 해당 시점에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을 추가로 매수해 최초의 비중인 50대50을 맞춰줌으로써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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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 효과와 관련해 지난 2001년 1월에 국내주식과 채권에 50대50으로 투자해 해당 비중을 유지한 포트폴리오와 매년 50대50 비중으로 리밸런싱한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을 비교해봤다. 두 포트폴리오 모두 연평균 수익률은 9.0%로 차이가 없었으나 변동성은 리밸런싱 포트폴리오가 11.6%로 최초 비중을 유지했을 때(15.1%)에 비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리밸런싱을 통해 최초에 목적했던 위험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리밸런싱은 가격이 장기적으로는 평균 수준에 회귀할 것이라는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사이클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자산을 매수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쉽게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지킬 수 있는 단순한 원칙을 수립하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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