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지원하는 ‘퍼주기식 복지’는 선진국에서도 전부 실패했습니다. 선진국 사례를 잘 보고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이인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은 “복지 강화는 필요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 지원으로 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근로 의욕을 끌어올리는 방향의 스마트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복지예산을 12.9%나 늘렸다. 사상 최대폭이다. 이 가운데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 퍼주기식 현금 지원이 많아 재정 건전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업체의 임금을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현금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만 3조원 규모다.
이 차기 회장은 “복지 정책 가운데서도 지원 대상이 중산층 이상까지 아우르고 지원 방식이 현금성인 경우는 국가 재정에 주는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한국경제학회장도 현 정부의 저소득층 대책에 허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취약계층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며 “실업자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작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려면 사회안전망부터 튼튼하게 구축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기 회장은 퍼주기식 복지는 재정건전성 악화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비효율까지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안정자금은 경비원분들도 지원을 많이 받는데 이 혜택이 결국 입주자들에게 돌아가더라”며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비도 1만원 넘게 싸졌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자금 신청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도 많아졌다”고도 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의 혜택이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이나 제3자에게 귀결되는 이상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대안으로 ‘생산적 복지’ 철학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생산적 복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복지정책 기조다. 극빈층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면서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복지와 고용과의 연계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 회장은 “생산적 복지는 복지가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한 것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가 가능하다”며 “현 정부에서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저출산 문제 역시 비슷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차기 회장은 “저출산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레 풀릴 수 있다”며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재정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사회·문화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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