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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을 대하는 이중성

한재영 산업부 기자





서울경제신문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TV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수원 사업장에 남아 있던 TV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찍힌 삼성 TV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가자 순식간에 45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나라도 한국에서 사업 안 한다’ ‘기업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당연하다’ ‘지금까지 버틴 게 대단하다’… . 인건비 상승과 고용 경직성, 반기업 정서 탓에 갈수록 국내에서 기업 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을 꼬집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삼성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원 이전 계획이 경북 구미 지역사회를 달구고 있다. 삼성이 본격적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네트워크 사업부 인원 약 400명을 글로벌 연구개발(R&D) 거점인 수원 사업장에 배치하려 하자 시민사회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지역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삼성을 향해 이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삼성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삼성 네트워크 사업 수원 이전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지닌 기업관(觀)의 고질적 이중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세우고 오너·기업인들을 형편없는 파렴치 집단으로 매도하면서도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과실은 공유하고 싶어한다. 삼성 이전을 막겠다는 구미시장, 삭발 의지까지 내비친 구미시의원이 ‘재벌=개혁 대상’으로 보는 집권 여당 소속이라는 점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삼성 네트워크 사업부 이전을 둘러싼 구미 지역사회 분위기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바로 기업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성 구미 사업장 인원 1만명 중 4%에 불과한 400명의 전환 배치를 뜯어말릴 이유가 없다. 기업을 때려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 행위가 얄미울 정도로 이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줄 수 있다’는 식의 이념적 기업관과 반기업적 경제 정책은 한국 제조업을 필연적으로 해외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나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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