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3조에 묶인 일자리안정자금…업종 차등 갈등 우려
정부는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영세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했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급등하자 지난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9%포인트는 정부가 대신 내준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급등했는데 국회가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처리하며 ‘2019년 이후에도 3조원 이하로 편성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아 내년에도 예산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일자리안정자금이 유지되면 사업주들이 느끼는 실질 임금 인상률은 11.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업종별 차등지급을 검토하겠다”며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지원금 확대를 시사했지만, 이 경우 다른 업종의 지원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업종 간 차등이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②EITC 전환 한계…연착륙 회의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재정의 시장가격 개입은 최소화하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 연착륙(규모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조원을 다 써도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규모를 이보다 줄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근로장려금(EITC) 지급대상·지원액을 대폭 늘려 맞벌이가구는 최대 300만원(기존 250만원)을 받도록 하고 이달 중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부담 경감안을 추가로 내놓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근로자 1인당 연간 156만원을 즉시 받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비해 이들 보완대책은 한결같이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근로장려금만 보더라도 사업장을 운영하는 시점보다 6~11개월 뒤에야 수령하는데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긴 시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착륙은 곧 자영업자들의 부담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고, 후유증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한 번 주면 줄이기 어렵다”며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 때부터 정부 내에 반론이 컸는데 시한폭탄 같은 셈”이라고 말했다.
③알고도 못 쓰고 범법만 양산
일자리안정자금 자체에 대한 보완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고용보험 가입 의무 때문에 알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실질임금 감소를 우려해 4대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도 잦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구멍이 생기면서 최저임금 위반도 속출한다. 서울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2017·2018년 1~5월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를 보면 최저임금 지급 위반 사례가 지난해 205건에서 올해 584건으로 무려 184.8%나 늘어났다.
일자리안정자금이 실제 실업을 막았는지에 대한 효과도 불투명하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고용감소효과와 일자리안정자금간 상관관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