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시에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판정승으로 결판이 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한국이 유일하다. 미 동맹국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특히 심한 경제 현실 탓에 중국 증시와 함께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무역전쟁 국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중국과 동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중국 경제지표와 위안화 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5%(1.18포인트) 내린 2,288.51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300을 넘기기도 했지만 하락 반전하며 약세를 보였다. 이는 과거 한국 증시와 커플링 현상이 강했던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강화된 지난 5월 이후 이달 3일까지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5.38% 오르면서 순항하고 있는 데 비해 코스피지수는 6일 종가 기준으로 9.01% 하락하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와 함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증시는 일본에 글로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일 일본 증시는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6조1,7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6조900억달러에 그친 중국을 추월한 것이다.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14년 말 일본을 추월했고 이후 2015년 6월 10조달러를 넘기기도 했으나 이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마저 고조돼 추락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3일 기준 16% 이상 하락하며 전 세계 주요지수 중 가장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 동맹국인 일본 외에 아시아 신흥국 중 미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도와 대만 증시도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3일 사상 최고치인 3만7,606.58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강도에 따라 아시아 국가별 증시 성과에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들이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미 동맹국 중 한국만 유독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대중 경제의존도가 심한 탓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총수출 대비 대중 수출 비중은 26.7%로 지난해 24.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다른 주요 수출시장인 아세안(16.6%), 미국(11.5%), EU(9.8%), 일본(5.2%)과 격차가 크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 초까지만 해도 크게 하락했던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 반등하는데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의 증시 동조화가 커진 만큼 이번주 중국 경제지표 발표가 코스피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7일 중국의 7월 외환보유액이 발표되고 8일에는 수출입 지표가 나온다”며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6월에 이어 호조세를 이어가면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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