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07년에 충남 부여군 규암면의 절터에서 한 농부가 무쇠솥 하나를 발견했다. 이 솥 안에 높이 20㎝가 좀 넘는 초기 백제 금동불상이 두 개나 나왔다. 일제강점기라 일본 헌병대가 모두 압수해 갔고 경매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넘어갔다. 그중 간신히 국내로 돌아온 불상 하나가 1997년에 국보 제293호로 지정된 부여 규암리 금동관음보살입상이다. 정확한 높이는 21.1㎝로 어른 손안에 잡힐 만한 크기다. 머리에 작은 부처가 새겨진 관(冠)을 쓰고 있어 관음보살상으로 파악된다. 크고 둥근 얼굴에 띤 부드러운 미소가 ‘백제 미소’를 보여준다. 얼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비례가 맞는 몸의 형태, 부드럽고 생기 있는 조각수법이 7세기 초 백제 시대의 불상임을 알 수 있다. 목에는 가느다란 목걸이를 걸치고 가슴에 대각선으로 두른 옷이 두 줄의 선으로 표현됐다. 양어깨에서부터 늘어진 구슬 장식은 허리 부분에서 자그마한 연꽃조각을 중심으로 교차해 멋스럽다. 치마는 허리에서 한 번 접힌 뒤 발등까지 길게 내려와 있는데 양다리에서 가는 선으로 주름을 표현해 정교함을 더한다. 보살이 서 있는 대좌(臺座)는 둥근 받침에 연꽃무늬가 새겨진 형태다. 최근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던 또 하나의 금동관음보살입상이 일본인 소장가에 의해 공개됐다. 백제 초기 유물이 희소성이 커 문화유산회복재단과 문화재청, 충남 부여군 등이 환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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