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는 신규 상장사들이 풍부한 유동성 덕을 봤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자체가 조정에 들어가며 시중 유동성도 조심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상장 기업의 주가는 수급 상황보다는 펀더멘털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평가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오파스넷 수요예측은 공모가 희망범위(8,500~9,700원) 상단에 주문이 몰리며 최종 공모가 역시 상단 부근에서 정해질 것이 유력해졌다. 5G 네트워크 장비 개발 기업인 오파스넷은 5G 시대를 맞아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며 기관의 높은 수요를 보였다. 이에 반해 농업 자재 기업 대유는 지난달 상장 전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범위 하단(8,900원) 부근인 9,000원으로 가격이 결정됐다. 5G 산업과 달리 비료 등 농자재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서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묻지마 투자를 했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며 “기업 내용과 산업 성장성에 따라 하반기 IPO 기업 공모에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는 우선 수급이 상반기와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 유입이 급감하면서 코스닥 신규 상장사들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된 4월5일 이후 두 달간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일시에 유입되며 공모시장을 끌어올렸지만 현재는 수익률 부진 등으로 설정액 순증세가 둔화되며 수급에 불안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상반기 높은 가격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최근 공모가 안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공모가로 IPO 기업 고평가 논란이 야기됐다”며 “이는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을 만들었고 다시 무분별한 수요예측 경쟁 열기를 식히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3월 상장한 린드먼아시아(277070)는 수급 장세에 공모가만 밴드(5,000~5,500원) 상단을 초과한 6,500원에 결정됐다. 상장 당일에는 시초가 상승과 더불어 종가가 150% 이상 오른 채 마감했다. 하지만 7일 종가는 5,810원으로 결국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오파스넷 흥행 전망과 대유의 공모가 부진처럼 하반기에도 IPO 시장 양극화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수요예측을 넘어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까지 양극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 시점은 합리적인 공모가 형성을 위한 과도기로 벤처펀드 설정액 증가 둔화로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위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하반기 상장 대어들이 대기하고 있어 한정된 수급에 인기 상장 기업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카카오게임즈, CJ CGV베트남, 현대오일뱅크 등 해당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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