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촉구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이 두 팔 벌려 환영했다.
8일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4월에 증자를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급하진 않지만, 은행 영업에 있어 자본력이 기본이기에 증자는 계속 필요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로 장기적인 길이 트였다”고 반색했다.
올해 4월, 5천억 원 규모의 증자 당시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에 해당하는 2천900억원 보다 적은 1천860억원만 출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에 2대 주주인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인수, 증자를 마무리 지었다. 이때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며 증자를 마무리했다.
케이뱅크 역시 이번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뱅크보다 주주 구성이 다양해 증자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고 있던 케이뱅크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강력한 대주주 중심으로 보다 더 안정적인 자본 확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충분한 증자가 이뤄진다면 자본금 여력에 따라 신용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재 상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앱투앱 결제, 모바일 기술과 결합한 주택담보대출 등 새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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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케이뱅크는 지난달 1천500억원으로 계획한 유상증자가 불발돼 300억원 전환주 발행에 그친 상황. 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해 놓은 현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혼자서 대규모 증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케이뱅크의 거의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으로 케이뱅크는 곧장 기존 주주 중 금융주력자인 우리은행이나 DGB캐피탈이 지분율을 큰 폭으로 늘려 대주주가 되는 방안이나 외부 새 주주를 찾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두 인터넷 은행은 자본금 확충을 통한 대출 확대 등 기본 먹거리 확보를 계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며, 더 나아가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한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로서 진로를 구상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서울시청 내 시민청 활짝 라운지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바뀐다-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찾아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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