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자동차(운송장비), 조선, 정밀기기 등 8대 주력산업은 우리 수출의 약 75%를 차지한다. 이들 산업이 중국에 밀리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지면서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8대 주력산업의 대중국 수출경합도 상승은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우리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8대 산업 중 중국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아진 부분은 5개에 달한다. 경합도가 줄어든 것은 조선, 철강, IT 3개 품목뿐이다.
가장 비상이 걸린 산업은 우리 수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부진한 사이 중국의 1,500~3,000㏄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 2000년 2,037만달러에서 2016년 29억달러로 급증했다. 소형인 1,000~1,500㏄ 승용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46만달러에서 13억달러로 치솟았다. 그 결과 경합도는 2000년 0.156에서 2016년 0.334까지 두 배 이상 뛰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독일의 13.8%에 이어 일본(10.6%), 미국(8.2%), 한국(4.8%), 중국(1.7%) 순이었다. 2011~2015년 동안 일본(-1.7%포인트), 미국(-0.9%포인트), 한국(-0.5%포인트)의 점유율은 하락한 반면 저가·소형차 중심인 중국의 점유율은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완성차 특히 소형차 시장에서의 한중 간 수출경합이 심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경합도도 급격히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0.275에 불과하던 경합도는 2016년 기준 0.734까지 치솟았다. 8대 주력산업 중 가장 높다. 중국이 국영석유회사를 앞세워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실제 미국 포춘지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2017년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SINOPEC)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이 3·4위에 올랐다.
반면 IT는 수출경합도가 줄어들었다. 2013년 0.580에서 2016년 0.536으로 다소 내려앉았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앞세워 휴대폰 메모리와 프로세스 분야에서 치고 나간 반면 중국은 휴대폰 시장에서 약진하는 등 주력수출품이 바뀌면서 경쟁도가 낮아진 것이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을 따돌렸다기보다는 중국의 추격을 받은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저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에서 이미 신흥시장을 장악했고 세계 주요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주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조선 분야는 경합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탱커 위주로, 중국은 화객선 및 화물선 위주로 수주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한국이 중국을 꺾고 3년 만에 글로벌 수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조선의 경합도는 2000년대 초반 0.9대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0.613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과의 수출경합도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약세 기조로 인해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원·위안 환율은 1위안당 160원 초반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이 ‘제조 2025’를 내세우며 제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는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중국이 우위에 있어 경합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중국에 대응할 유일한 길은 규제혁신을 통해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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