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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포비아 확산]4월부터 리콜했는데...EGR 납품사 5월엔 '혁신' 모범으로

'혁신성과' 메인 발표사로 선정

5월17일 文대통령에게까지 소개

국토·중소벤처부 부실검증 논란

BMW코리아가 연이은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부품의 국내 제조사가 정부가 마련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혁신성장 모범 사례로 소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이번 BMW 리콜 대상 차량에 EGR 제품을 납품한 국내 K사는 지난 5월17일 ‘2018년 대한민국 혁신성과 보고회’에서 대표적인 혁신성장 모범 사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개됐다. 당시 이 회사 대표는 메인 발표를 맡아 “2015년 9월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신규 수주가 절반으로 떨어지며 위기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K사를 지목하며 “개방형 혁신 성공사례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돼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이 회사가 연이은 화재 사고의 핵심 원인이 되는 EGR 모듈과 EGR 쿨러 등의 부품을 BMW에 납품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4월 환경부가 BMW의 EGR과 관련된 부품을 개선하기 위해 리콜을 시행해왔고 올 들어 4월까지만 해도 BMW 차량에서 총 11건의 화재 사고가 잇따랐다. 화재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BMW에 있지만 이 부품을 납품한 회사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이 회사를 혁신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치켜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준 셈이다.

이 회사가 발표자로 선정된 것은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개선의 첫 번째 성공 사례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K사는 국내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이 개발한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처음으로 도입해 성과가 괜찮았던 회사”라며 “수출과 일자리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는 등 양적인 지표가 좋아 선정하게 됐는데 BMW 차량 화재 사고와 큰 관련이 있는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양적인 지표 이외에 다른 자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현재 문제의 부품을 생산한 이 회사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 또 EGR 부품이 화재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BMW에 이 부품의 납품 업체가 어디인지, 얼마나 납품했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고위관계자는 “떠도는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 BMW로부터 어디서 납품했는지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국내 제조회사에서 납품한 부품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부품이 독일 본사에서 모듈 형태로 결합된 뒤 장착되는 것이라 EGR 부품 전체(어셈블리)를 한국산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긴급 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는 BMW 측은 K사의 부품 대신 유럽산 새 부품으로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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